국내 최장기 노사분쟁 사업장인 콜텍 노사가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국가스공사 회의실에서 정리해고 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서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 지회장,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이희용 콜텍 상무이사.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우리가 싸워왔던 게, 골수 단체들의 떼쓰기가 아니었다는 걸 밝히고 싶었다.”
콜텍 노사가 22일 정리해고 유감 표명과 명예복직에 잠정합의한 직후 만난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얘기는 “콜텍은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 노조 때문에 문을 닫았다”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2015년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대전에서 서울 콜텍 본사 앞까지 13년을 떠돌며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외쳐온 이들에게 ‘떼쓰기’ 프레임을 씌운 게 어디 그뿐이었을까. 그런 프레임에 갇혀 비난받은 곳이 어디 콜텍 한곳이었을까.
그래서인지 이 지회장은 4464일 만에 투쟁이 마무리되었는데도 환하게 웃지 못했다. 오히려 “투쟁의 가장 큰 원인은 부당한 정리해고였는데, (원래 일하던 공장이 폐쇄되는 바람에) 우리가 일하던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투쟁 사업장의 동지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콜텍 노조의 애초 요구는 △박영호 사장의 정리해고 직접 사과 △명예복직 △해고 기간 보상이었다. 지난 15일 재개한 교섭에서 회사 쪽은 난색을 표했다. 법적으로 정당한 해고라는 판결을 받았기에 사과할 이유도, 보상할 근거도 없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거듭된 교섭에도 이견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이 지회장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단식농성 중인 임재춘 조합원의 건강이 힘든 상황이 되니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다”며 “유감 표명과 합의금이라는 표현을 수용하는 선에서 정리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명예복직만큼은 물러서기 어려웠다. “아침에 출근하러 갔다가 회사 정문 출입구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서야 정리해고당한 걸 알게 돼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고, “어떻게든 콜텍 구성원으로서 퇴직하고 싶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 4월9일 출근길에 ‘7월9일까지 3개월간 폐업을 위한 휴업을 실시하고 7월10일부로 공장 문을 닫는다’는 공고문 한장으로 정리해고당한 그는 5월2일 복직한다. 그와 동시에 무급휴직 처리돼 같은 달 30일 퇴직한다.
그는 “매일매일이 고통이었고, 해결될 거란 희망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돼 시원하기도 하지만 우리 요구를 다 관철시키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며 “지회 해산 절차도 밟아야 되고 조합원들에게 합의안 설명도 해야 되고 아직 할 일이 많아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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