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차원의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종료됐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는 29일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특별위원회’(연금개혁 특위)의 논의 시한 연장안을 본위원회 서면의결로 처리하려 했으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계층별 위원 3인)와 일부 공익위원의 의결 거부로 무산됐다. 의결을 거부한 이들은 탄력근로제 합의안이 이날 처리할 안건에 포함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로써 연금개혁 특위는 이날로 6개월간의 활동을 끝내게 됐다. 활동 종료를 앞두고 연금개혁 특위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등 핵심 쟁점에서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난 22일, 활동 기한을 3개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본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키로 한 바 있다.
당초 경사노위는 본위원회를 열어 연금개혁 특위 연장과 탄력근로제 합의안 등 7개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반대해 지난 두 차례 본위원회에 불참했던 계층별 위원 3인 등의 거부로 서면의결을 추진했다. 경사노위 쪽은 “7개 안건을 한꺼번에 묶어서 처리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대면의결처럼 안건 하나하나마다 각각 찬반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고, 의견 없음으로 답변하면 불출석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는데도 일부 위원들이 전면적으로 의결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법에 따라 본위원회에서 안건을 의결하려면 재적위원 3분의2 이상 출석, 출석위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고, 노사정 대표 모두 각각 2분의1 이상씩 출석해야 한다. 그런데 이날 노동계 대표인 계층별 위원 3명이 의결을 거부함으로써 불출석으로 처리돼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의결을 거부한 노동계 대표들은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이날 처리 안건에 포함해 서면 의결을 시도한 것이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대표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미조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계층별 대표들로서는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본위원회 안건에서 빼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는데 경사노위는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가 반대하기 쉽지 않은 연금개혁 특위 연장안을 ‘패키지’로 묶어서 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논의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을 서면의결로 하라는 것은 사회적 대화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금개혁 특위 연장이 불발된 탓에, 경사노위가 국민연금 관련 논의를 다시 하려면 의제개발·조정회의를 열어 새로 특위를 구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경제·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안건들이 3차례에 걸친 노동계 계층 위원들의 불참과 의결 거부로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이번 사태는 계층별 대표 3인에 의한 사회적 대화의 중단으로,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