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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만성 인력부족’ 집배원 또 숨져…노조 “당장 1천명 충원하라“

등록 2019-09-08 15:18수정 2019-09-08 20:48

추석 앞 물량 폭증까지 겹쳐
늦게까지 일하다 교통사고 당해
전국집배노조가 7일 오후 2시 충남 아산우체국 앞에서 집배원 사망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제공
전국집배노조가 7일 오후 2시 충남 아산우체국 앞에서 집배원 사망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제공
또 한 명의 집배노동자가 숨졌다. 올해만 벌써 12명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체국 직원 간담회에서 “집배원 과로사도 많고 안전사고도 생겨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부도 가능한 한 집배원을 늘려 과도한 노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생긴 일이다.

충남 아산우체국 집배원 박아무개(57)씨는 지난 6일 오후 7시40분께 배달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복귀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갓길에 서 있던 차가 갑자기 문을 여는 바람에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박씨가 넘어졌고, 뒤따라오던 차량이 추돌을 한 것이다. 박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노조 쪽은 박씨가 숨진 근본적인 원인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폭증한 업무량이라고 지적한다. 아산우체국은 병가나 출산휴가 등 일시적인 결원을 제외하고도 원래 정원보다 7명이나 부족한 채로 운영돼, 그러잖아도 집배원들의 업무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빠진 인력이 맡은 구역의 배달을 나눠서 하는 ‘겸배’ 물량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아산우체국에선 2017년에도 집배원 두 명이 숨졌고, 모두 과로사로 인정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추석을 앞두고는 배달 물량이 평소보다 47%, 지난해 추석보다도 12%가 늘었다. ‘정상적인 업무시간’ 안에 배달을 마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던 것이다. 박씨의 경우엔 이날, 회사 교육을 마치고 일찍 퇴근한 아들이 배달을 도와줬다고 한다. 김재천 전국집배노조 사무국장은 “인력이 부족하니 상시적으로 겸배를 하고, 상시 겸배를 하니 사고 위험이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고가 나면 남은 사람이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니 위험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노조 쪽은 또, 박씨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려면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집배원의 교통사고 사망과 관련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집배원 업무상 사망 원인 1순위이며, 이는 장시간의 오토바이 운전과 과중한 물량에 관련돼 있다는 게 노조의 얘기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교통사고는 작업중지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특별근로감독은 ‘같은 공무원끼리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이런 핑계를 대지 말고, 노동부는 집배원의 과로와 위험한 노동 조건을 개선해 죽음을 막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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