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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하청 노무비 인상하겠다지만...김용균 특조위 “안전과 맞바꿀 순 없다”

등록 2019-12-12 21:22수정 2019-12-13 02:41

발전산업 안전강화안 발표

“하청업체 파산·소송 우려” 이유로
연료·환경설비 운전 직접고용 아닌
별도의 공공기관 만들어 고용 제시

특조위 “원-하청 유지하겠다는 것
노동자 안전을 돈으로 치환도 문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을 위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 당정 협의가 열린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들이 12일 오전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을 위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 당정 협의가 열린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2일 발표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은 적정 노무비 지급 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참혹한 사망사고 이후,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자며 꾸려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김용균 특조위는 5개월여에 걸친 사고 원인 조사 끝에 지난 8월 내놓은 715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외주화·민영화가 위험을 구조화했다며 그 해법으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첫째로 꼽았다.

발전사 업무는 크게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와 경상정비 업무로 나뉜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발전공기업 5사의 경쟁체제가 갖춰지면서 발전사들은 업무를 외주화·민영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김용균씨가 맡았던 연료·환경설비 운전은 다단계 하청으로, 경상정비는 민간위탁으로 굴러가고 있다. 특조위는 유기적인 하나의 흐름공정으로 이뤄지는 발전소 업무를 이렇게 분절해놓은 것이 권한과 책임의 분리를 불러 위험을 구조화했다며 △연료·환경설비 운전은 각 발전사로 통합해 해당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경상정비 업무는 재공영화해 직접고용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당정은 “민간업체(하청·민간위탁)의 파산과 민사소송 등 분쟁 초래, 기술경쟁력·경영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연료·환경설비 운전은 발전 5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 업무를 통합해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고, 여기로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상정비 분야는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고용안정성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현실적인 제약’에 따른 것으로 보기엔 모자라는 점이 너무 많아 보인다. 김용균 특조위 간사를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불가능한 이유로 민간업체 파산과 민사소송 우려를 들었는데, ‘협력업체’(하청·민간위탁업체) 계약 기간은 3년이고 이 기간이 끝난 뒤 직접고용하면 된다. 그걸 안 하겠다는 건 그동안 그래왔듯이 입찰계약의 취지를 어기고 동일한 업체와 계속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별도의 공공기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두고도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자회사와 뭐가 다르냐”며 “무늬만 바꿀 뿐 원·하청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안이라 특조위 핵심 권고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정은 발전사 노동자 직접고용 대신, 적정 노무비 지급 등을 통한 처우 개선 방안을 내놨다. 내년부터 2년 동안 경상정비 공사금액의 5%가 노무비로 추가 지급되도록 하고, 별도의 전용계좌 등을 통해 노무비 지급·관리 방식을 개선하는 ‘적정 노무비 지급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이런 개선을 통해 발전사 노동자의 평균 연봉이 16.9%(월 70만6천원)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노무비 정상화는 ‘안전’ 대책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김용균 특조위는 이날 내놓은 입장문에서 “당정이 제시한 노무비 방안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노무비 착복이라는 비정상적인 관행은 특조위 권고가 아니어도 당연히 정상화해야 할 사안인데 마치 임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어 안전 문제를 돈의 문제로 치환하려는 오류를 범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 노동 안전은 단순히 처우 개선과 맞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준선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올려주겠다는 월급 70만원은 큰돈이지만, 핵심은 놔둔 채 현장을 돈으로 현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암 환자가 왔는데 입원 치료는 안 하고 감기약만 주는 꼴”이라며 “매년 교섭해서 고칠 수 있는 임금 문제도 아니고, 한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나온 대책인데 당정의 태도가 너무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 강화 대책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당정은 내년 1월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현장에 철저히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 법은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 책임 범위를 ‘원청 내 22개 위험장소’에서 ‘원청 내 모든 장소와 지배관리권이 있는 22개 장소’로 확대했다. 하지만 김용균씨가 했던 업무는 여전히 하청을 마음대로 줄 수 있는데다, 사망 사고 시 사업주 처벌도 현행과 크게 다르지 않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비판받는다.

김용균 특조위는 “노동안전의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당정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철학과 태도가 요청된다”며 “현실적인 제약을 이유로 특조위의 핵심 권고안을 후퇴시킬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단계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정책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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