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봉제 중심의 기업 임금체계를 직무와 능력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지원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100명 이상 사업체 가운데 호봉제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59%에 달한다.
13일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직무와 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로 개편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를 위해, 업종별 직무평가도구 등 인프라를 확충해 직무 관련 정보를 촘촘하게 구축하는 한편, 올해 보건의료·호텔·철강·금융·공공·사회복지서비스·정보기술·제약 등 8개 업종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는 ‘직무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직무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 사업’ 예산으로 4억원을 책정한 바 있다.
지난해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호봉제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곳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58.7%(100명 이상 사업체 중)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견줘 호봉제가 더 만연해 있고 호봉 간 격차도 크다. 300명 미만 사업체에서는 16.1%에 그치는 반면 300명 이상 사업체의 경우 60.9%에 달한다.
노동부는 이날 발표한 설명자료를 통해 “호봉제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노동자들의 기업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장기근속을 통한 숙련 형성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수행했지만,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다만 현실에서 회사의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추진으로 노사갈등이 발생하거나 임금삭감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들도 있는만큼 정부가 기업들의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현장 실무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설명자료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를 제작, 배포하기로 했다고 안내했다. 이는 임금직무정보시스템(wage.go.kr)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내어 “임금체계는 노사가 협의해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고 협상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는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노·정 협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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