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일부터 지상 74m 높이의 대구시 영남대의료원 본관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박문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12일 오후 지상으로 내려와 동료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대구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7월1일부터 고공농성을 벌여온 박문진(59)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농성 227일째인 12일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로써 ‘노조파괴 공작’ 논란이 일었던 영남대의료원 사태가 14년 만에 일단락됐다.
박 지도위원은 전날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사적 조정 회의에서 노사가 해고자 복직 등에 합의함에 따라, 이날 오후 3시께 영남대의료원 본관 옥상에서 내려왔다. 노사 양쪽은 11일 사적 조정 위원들이 제시한 △박문진·송영숙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 △노조활동 자유 보장과 노사관계 발전 상호 노력 △민형사상 문책 금지와 법적 분쟁 취하 등을 담은 조정서를 수락했다. 사적 조정은 노동위원회 등 공적 기관이 아닌 제3자가 노사 의견을 들어 타협점을 마련하게 하는 노동쟁의 조정 제도로, 지난해 8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제안해 조정 절차를 밟아왔다. 오랜 진통 끝에 지난달 31일 실무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병원 쪽 내부 반대로 합의가 좌초됐다가, 11일 밤 정상화 합의에 이르렀다.
영남대의료원 소속 간호사였던 박 지도위원 등은 2006년 주 5일제 도입에 따른 인력 충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3일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듬해 병원 쪽은 노조 간부들에게 5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10명을 해고했다. 당시 병원 쪽은 ‘노조 파괴’ 컨설팅으로 유명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조합원 탈퇴 공작 등을 벌였는데, 이 사실이 2012년 국회 청문회 등에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정년이 1년 남은 박 지도위원은 업무에 복귀하는 대신 13일 명예퇴직을 하기로 했다. 박 지도위원과 함께 고공농성을 하다 지난해 10월 건강상의 이유로 내려온 송영숙(43) 간호사는 영남대의료원에 복귀한다. 박 지도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공농성을 무탈하게 마쳐 기쁘다. 도움을 준 전국의 여러 동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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