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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당한 사유없는 파견노동자 교체 요구는 ‘파견계약 해지’

등록 2020-02-17 05:00

법원, 자의적 계약해지 책임 물어
사용사업주 “임금 지급 연대책임”
KB증권 누리집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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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사업주의 파견노동자 교체 요청은 파견계약 해지에 해당하므로, 부당해고에 따른 임금 지급의 책임은 사용사업주와 파견업체가 함께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파견노동자 부당해고의 귀책 사유가 사용사업주한테 있다고 보고 연대책임을 물은 이례적인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민사207단독 이준구 판사)은 파견업체 ㄷ사 소속으로 케이비(KB)증권 임원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정아무개(46)씨가 두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사용사업주인) 케이비증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정씨)의 교체를 요청한 것은 ㄷ사와의 파견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것”이라며, 두 회사가 연대해 정씨에게 임금과 퇴직금 등 3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11일 판결했다.

정씨가 낸 소장과 법원 판결문을 보면, 정씨는 지난해 1월24일 ㄷ사와 1년짜리 근로계약을 맺고 케이비증권에 파견돼 이 회사 임원의 운전기사로 일했다. 두달 만인 3월22일 케이비증권은 ㄷ사에 정씨의 교체를 요청했고, ㄷ사는 “근무 부적격자로 판단”한다며 정씨에게 근로계약 해지 통보서를 보냈다. 케이비증권이 특별한 이유 없이 정씨의 교체를 요구하자 ㄷ사가 ‘근무 부적격’을 이유로 정씨를 해고한 것이다.

이에 법원은 “ㄷ사가 보낸 계약 해지 통보서에 구체적인 해고 사유가 기재돼 있지 않은 부당해고로, 해고는 무효”라며 정씨의 남은 계약기간 10개월치 임금과 연차휴가수당, 퇴직금을 포함해 모두 3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ㄷ사가 든 ‘근무 부적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케이비증권의 교체 요청서에는 교체 사유가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 정당한 사유 없이 교체를 요청한 것은 파견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케이비증권은 ㄷ사와 연대해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못박았다.

이번 판결은 파견노동자 교체를 요구한 사용사업주에게 부당해고의 귀책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 나온다. 노동법 전문인 김진 변호사는 “파견근로자보호법상 사용사업주의 임금 연대책임(34조2항), 이 법 시행령의 부당한 파견계약 해지(5조1항) 등 조항을 폭넓게 적용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사용사업주의 자의적인 교체 요구로 해고되는 파견노동자가 상당히 많은데, 이번 판결로 이런 부당해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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