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낮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9월 택배물량이 50% 폭증할 것이 예상되므로,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로 배송 물량이 늘어난 택배노동자들이 끼니도 거르며 일주일 평균 71.3시간 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조는 최소한 추석 연휴 전만이라도 택배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을 써서 노동시간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0일, 지난달 전국 택배노동자 821명에게 이런 내용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를 인정해주는 기준이 ‘주당 60시간 이상’인데, 택배노동자들은 이보다 10시간 넘게 더 오래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노동시간이 길어진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58.2%)이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노동시간이 30% 이상 늘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늘어난 노동시간이 그에 비례한 소득 증가를 뜻하진 않았다. 전체 작업 가운데 배달 수수료를 받는 배송 업무보다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분류 작업이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전후 배송 업무는 하루 평균 247.3건에서 313.7건으로 26.8% 늘었지만, 그에 앞서 물품을 차량에 싣는 분류 작업은 412.1건에서 559.6건으로 35.8% 늘었다. 그 결과 전체 작업에서 분류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42.8%로 주 업무인 ‘운송·배달’(50.2%)과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공짜노동’ 시간까지 늘어나면서, 업무 중 아예 식사를 하지 못한다는 택배노동자가 넷 중 한명꼴(25.6%)로 나타났다. 간신히 끼니를 챙겨 먹더라도 그 시간은 △10분 24.8% △20분 14.9% △30분 11.8% 등으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된 쉬는 시간 없이 30분 안에 식사를 끝냈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택배산업에 적용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어디에도 분류 작업을 택배노동자가 담당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며 “과로·과로사 위기에 놓인 이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할 유일한 해법은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추석 연휴 등으로 9월 택배 물량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소한 이 기간만이라도 분류 작업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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