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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조 없는 회사도 ‘근로자대표’ 투표로 뽑는다

등록 2020-10-16 18:54수정 2020-10-16 21:16

경사노위 노사관계개선위 합의문 의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 기자 브리핑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가운데), 김인재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위원장(왼쪽 다섯째) 등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 기자 브리핑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가운데), 김인재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위원장(왼쪽 다섯째) 등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도 ‘근로자대표’를 투표로 뽑아, 노동자의 권익 보호 활동을 하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나왔다. 근로자대표는 경영상 해고 협의, 근로시간제 서면합의 등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30여개 조항에서 회사와 협의 또는 합의하는 주체지만, 그 지위나 선출방법의 법적 근거가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노사관계 개선위)는 16일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을 노·사·공익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이를 발표했다. 합의문은 우선, 근로자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이 노조를 근로자대표로 인정하고 △과반수 노조는 없지만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엔, 노동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뽑은 근로자위원들이 ‘근로자위원 회의’를 구성해 근로자대표로 활동하며 △과반수 노조도,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도 없는 경우엔 노동자들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되, 이 과정에 사용자의 개입이나 방해를 금지했다.

노사정은 근로자대표의 임기를 3년으로 하되, 노사가 합의하면 3년 이하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 근로자대표의 활동에 드는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간주되며,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개입·방해해선 안된다. 그 밖에도 근로자대표는 활동에 필요한 자료와 서면합의 이행 등을 위한 협의를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으며, 노동자의 고용형태·성별 등에 따른 의견 청취 의무과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비밀 유지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다.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 7개 법의 37개 조항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주체로 등장하지만, 그 권한이나 선출방법 등은 규정이 없어 특히 노조가 없거나 영세한 사업장에선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일부 사업장에선 사용자 뜻대로 근로자대표를 정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합의를 하는 등 노사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하도록 한 법 개정안 등을 계기로 지난해 12월부터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 10달 만에 합의문을 도출했다.

이런 내용이 법제화되면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권익 향상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근로자대표의 독립성을 침해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은 합의문에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종 경사노위 전문위원은 “노사정이 어렵게 합의한 만큼, 근로자대표 특별법 제정이든 관련법 개정이든 후속입법을 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청할 예정“이라며 “처벌 규정 등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입법 논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과 함께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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