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지난 12일 대구 쿠팡 물류창고에서 근무 뒤 숨진 장덕준(27)씨 부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장씨의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제가 꿇어앉아 빌겠습니다. 우리 애 죽음을 제발 좀 밝혀주십시오.”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1층 고객지원실. 지난 12일 새벽 퇴근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27)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과로사’를 주장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날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아들의 죽음과 관련해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가 증인으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사망 당일까지 1년4개월간 일 단위로 쿠팡 물류센터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한 노동자였다. 처음엔 물류센터에서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바구니에 넣어 포장 담당자한테 전달하는 ‘피커’(집품)로 일했던 그는, 남들보다 일을 빨리 처리하는 숙련도를 인정받아 피커들을 교육하고 이들의 동선 확보를 위해 주변을 정리하는 ‘워터’(간접) 업무를 하게 됐다.
장씨의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무시간은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였다. 연장근무를 하는 날은 새벽 5시30분까지 하루 8~9.5시간 밤을 새우는 ‘심야노동’을 했다. 이런 업무를 8월에는 25일, 9월은 23일, 이달 들어선 12일 사망 직전까지 9일을 했다. 지난 8월15~21일, 9월5~11일에는 주 7일씩 연속 근무를 한 적도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야간근무의 경우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한다는 (과로사 판정) 지침을 적용하면 고인은 입사 뒤 16개월 동안 하루 9.5~11시간을 일했으며 8월에는 주당 70.4시간, 9월에는 69.4시간을 일했다”며 고인의 죽음이 과로사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7년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야간근무를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특히 장씨의 유족은 쿠팡의 ‘시간당 생산량’(UPH·Unit Per Hour) 시스템 때문에 아들이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무 처리 속도가 늦을 경우, 쿠팡 물류센터 내 관리자들이 아들을 호출해 “듣기 싫은 소리”를 했고,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장씨는 단시간 내 일을 끝내려고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어머니 박미숙(52)씨는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들이 사망 전날 업무 중 가슴통증 등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현행법상 쿠팡의 ‘시간당 생산량’ 시스템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시간당 생산량은 작업장에서 사용하는 성과 측정 지표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두고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장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쿠팡은 고인의 죽음이 과로사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고인의 업무는 포장지원 업무이기 때문에 시간당 생산량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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