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집행위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분류작업 인력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씨제이(CJ)대한통운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littleprince@hani.co.kr
지난달 말 씨제이(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으로 4천명의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약속했지만 인건비의 절반을 영세 대리점과 현장 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회사 쪽 발표대로라면 지난 1일부터 인력 투입이 이뤄져야 했지만, 비용 분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선 닷새가 지나도록 분류작업자 투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5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씨제이대한통운은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한 분류작업자 모집 등을 최근 각 대리점에 공지하며 이들 인건비의 50%만 본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통보했다. 앞서 회사 쪽은 추가인력 4천명 투입에 따른 비용을 연간 500억원가량으로 추정했는데, 그 절반을 대리점주와 택배기사들에게 전가한 셈이다. 특히 대책위는 “경남 창녕과 전남 장성 등 노조 조합원이 없는 군 단위 터미널 50여곳의 경우 대리점 소장들로부터 ‘분류작업 인력 투입 계획이 전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처럼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자 인건비를 떠안을 경우,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더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8일 업무 중 숨진 씨제이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48)씨의 경우, 추석 성수기에 대리점의 다른 택배기사들은 40만원씩 모아 분류작업을 할 아르바이트생 2명을 구했지만 그 비용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됐던 김씨는 본인이 직접 분류작업을 병행했다. 택배기사에게 비용 부담을 지울 경우, 결과적으로 과로사 방지 대책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유성욱 전국택배연대노조 씨제이대한통운 본부장은 “분류작업 인력의 모집과 운영 등을 모두 대리점에 떠넘긴 것인데 영세 대리점들의 규모를 봤을 때 (대책을 실행하는 데)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일부 대리점에선 분류작업자 인건비를 다음달 택배기사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각 대리점들과 집배 관련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있다.
대책위는 회사 쪽의 ‘꼼수’를 단속하기 위해 정부가 현장 점검에 나서는 한편, 사회적 논의기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분류작업자 투입 비용 전액을 본사가 부담하는 한편,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참여해 분류작업 인력 투입에 대한 세부사항을 대책위와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 쪽은 “분류지원 인력 비용은 대리점과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되, 대리점별 규모와 수익에 따라 부담 비중을 조정하는 것으로 협의 중이다. 택배기사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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