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배노동자가 8월13일 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정부가 택배기사의 하루 작업시간 한도를 정하고 밤 10시 이후 심야배송을 제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택배회사에 권고하기로 했다. 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의 죽음이 잇따르자,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정책 방향을 밝히는 데 그치거나 권고 수준에 머무르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당장 현장에서 실효를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택배기사 과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택배기사의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개선하고 과로로 인해 건강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정부는 장시간 근무를 줄이기 위해, 1일 최대 10시간 등으로 작업시간 한도를 정하도록 택배사에 권고하기로 했다. 또 주간 택배기사의 경우, 밤 10시를 배송마감 시간으로 운영하도록 권고한다. 밤 10시 이후에는 앱을 차단해 배송 지시가 이뤄질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노사 협의를 거쳐 토요일 휴무제 등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택배기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물량이 계속 발생하면, 물량을 줄이거나 배송구역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택배사별로 구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런 물량 조정에 따라 배송이 지연될 경우에 택배기사에게 불이익 조처가 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리점에 택배기사에 대한 건강진단 실시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과로 고위험군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심층진단을 벌이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사유를 제한하는 등 대리점 등의 산재보험 가입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조처를 취할 계획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택배업계와 노조, 관계부처,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 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배송 수수료를 낮추는 대형화주의 백마진(리베이트) 등 불공정 관행 개선과 택배가격 인상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노동을 유발해온 구조적 문제들이다.
이날 정부 발표와 관련해, 노동계는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폭증한 상황인데, 인력 충원 방안이 병행되지 않은 작업시간 단축 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분류작업 등 노사 간 이견이 큰 핵심 쟁점도 그대로 남아 있어, 택배사들의 전향적 입장 선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국노총은 “실질적이고 신속하게 택배노동자들을 과로로부터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다. 택배사별로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경우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준용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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