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 일방 파기하는 재벌택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택배사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정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한 이후 노사정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업계가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책임’이라고 합의했다가 보름 만에 이를 파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택배사들은 “합의가 없었다”는 입장이어서 새해 들어 택배 노사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15일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회의 때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업무’라는 데 합의했지만, 같은 달 29일 택배사 대표로 참여한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차 회의에서 택배기사의 기본업무를 “집화·배송”으로 한정하고, 분류작업을 해야 하면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표준계약서에 명시한다”고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택배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혀왔는데, 대책위는 코로나19 3차 유행과 연말연시로 물량이 폭증했던 지난달에만 택배기사 4명이 업무 중 쓰러졌고 이 가운데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회 쪽은 분류작업은 법적으로 정리할 문제이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 사무국장은 “1차 회의에선 분류작업의 범위, 용어의 명확화 등을 협의했을 뿐 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오는 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에도 분류작업 책임 소재는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분류작업 책임을 표준계약서에 규정하는 조건으로, 생활물류법에는 명시하지 않기로 정부·택배업계와 약속했는데 지난달 24일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자마자 (업계 쪽) 태도가 달라진 것”이라며 “이대로 생활물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의 터미널 부지 제공과 자동화 비용 지원 등 택배사에 특혜만 주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이창훈 국토교통부 코로나19 생활물류 긴급대응반장은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업무라는 게 정부 쪽 입장”이라며 “다만, 사업자 입장에선 원가 상승에 따른 택배가격 인상 논의가 전제돼야 분류작업 책임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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