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장덕준 씨 모친 박미숙씨(왼쪽 두번째)가 발언을 하고 있다. 과로사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0월 쿠팡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친 뒤 집에서 사망한 장덕준씨 사건과 관련해 쿠팡 측의 과로사 인정 및 사과와 보상,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지난 9일 장씨 사망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산재로 승인한 바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심야근무를 하다 숨진 뒤 최근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장덕준(27)씨가 근무하던 경북 칠곡의 쿠팡 대구물류센터 평균 근무인원이 2018년 1704명에서 지난해 1219명으로 28%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이곳에서 1년4개월간 일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과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급증하는데도 쿠팡이 외려 근무인원을 줄인 탓에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쿠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쿠팡 대구물류센터 평균 근무인원은 2018년 1704명→2019년 1323명→2020년 1219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쿠팡 쪽은 “일용직까지 포함한 실제 근무인원”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로 확인된 쿠팡 물류센터 근무인원(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소속, 일용직 제외)이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한 사실과 견주면 ‘의외의 흐름’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피보험자 수가 2018년 8643명에서 2020년 1만8868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쿠팡에 해당 센터의 물동량을 요청했지만, 쿠팡 쪽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쿠팡의 전체 매출액이 2018년 4조3550억원에서 2020년 약 13조25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사실을 고려할 때, 영남권 최대 물류센터인 대구물류센터의 물동량이 유독 줄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대구물류센터의 관할구역인 대구·경북지역은 지난해 2월 신천지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지였던 터라 특히 온라인 쇼핑 수요가 매우 컸다. 당시 쿠팡은 “대구·경북지역 주문량이 평소보다 최대 4배 늘어 조기 품절과 배송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쪽은 “2월 이후 코로나 때문에 인력 수급이 어려웠고, 지난해 신성(칠곡)·김해·양산 등 물류센터가 추가로 생기면서 인력이 분산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들 신설 물류센터도 지난해 5월 이후 가동된 점을 고려할 때 이미 2018년부터 대구물류센터 근무인력이 꾸준히 감소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파악한 업무상 질병 판정서상 장씨는 숨지기 전 마지막 일주일 동안 62시간10분, 숨지기 전 마지막 12주 동안은 평균 58시간40분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릴 ‘산재 청문회’에 쿠팡 쪽에선 조지프 네이선 노트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