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적령기 여성은 출산 문제가 있으니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구직자 ㄱ씨는 최근 면접관으로부터 이런 황당한 발언을 듣고 분노를 억누르기 어려웠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한 ㄱ씨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문을 두드렸다. ㄱ씨는 “지원서에 나이도 썼는데, 굳이 면접장에 불러서 ‘안 된다’고 이야기해 허탈했다”고 말했다.
“여자는 군대에 안 갔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덜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동아제약 면접관의 성차별 질문을 계기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여성 구직자들 사이에는 면접장 성차별 경험담이 속속 공유되고 있다.
구직자 ㄴ씨는 지난 2월 한 중소기업 면접에서 “미투 때문에 여자를 뽑을 생각이 없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던 경험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공유했다. ㄴ씨는 “미투는 남자가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 아니냐고 물었지만, ‘사전에 미투를 방지하기 위해 여자를 안 뽑는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여자들은 결혼하고 애 낳고 금방 회사를 관둬서 문제’라고 하기에 ‘결혼 생각은 있지만 자녀 계획은 없다’고 하자 ‘애는 낳아야 하지 않나’라는 말이 되돌아왔다”고 털어놨다.
2019년 7월 개정 시행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은 구직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혼인 여부나 신체 조건 등 개인정보를 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면접 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채용절차법 개정 이후부터 2020년까지 구직자의 신체조건, 혼인 여부 등 개인정보를 요구해 채용절차법(제4조의3)을 위반한 사례가 338건에 이르렀다. 노동부는 이 중 122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런 성차별 근절을 위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과 채용절차법을 개정해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갑질119 김두나 변호사는 “정부는 공정한 채용기회의 보장을 위해 채용절차법 적용 대상을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고,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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