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노동절을 앞두고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총회를 겸한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배달·운전 등 일감이나 고객을 받는 노동자를 ‘플랫폼 종사자’로 규정하고, 서면 계약 의무화 등으로 이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의됐다. 그러나 기존 노동법보다 더 낮은 수준의 보호를 고착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별도 보호 법안을 올해 1분기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발의안은 이런 정책 방향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조사를 보면,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나 일감을 구하는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179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7.4%에 이른다. 그러나 고용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내용을 보면, 플랫폼 운영자 또는 이용 사업자는 종사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 계약을 변경하거나 해지할 때에는 해당일로부터 10일 또는 15일 이전에 서면으로 내용·이유·시기를 알려야 한다. 종사자가 사회보험을 적용받게 된 경우, 관계법령에서 따라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하는 등 플랫폼 운영자나 이용 사업자가 법령을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별도 법률을 만드는 것 자체로 플랫폼 노동자로 하여금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난해 5월 중앙노동위원회가 ‘타다’ 드라이버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정하는 등 이미 행정기관 등에서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2019년 제정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이나 프랑스의 최근 입법 등 플랫폼 노동자를 기존 노동법 체계로 보호하려는 것은 전세계적인 움직임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발의안은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노동관계법에 해당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관계법을 우선 적용하고, 이 법이 유리한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정부 역시 플랫폼 노동자가 별도 법률뿐 아니라 노동법의 보호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제도 등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별도 법률만을 적용받는 등 ‘하향평준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인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장은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가 아닌 비근로자, 자영업자로 전제해 낮은 수준의 보호만 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노동법)는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특고) 사이의 경계도 불분명한데, 특고에 대한 노동법 보호 문제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른 별도 입법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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