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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다쳐서 쉰 2주, 337만원 ‘훅’…산재보험 없는 마트배송기사

등록 2021-03-22 19:17수정 2021-03-23 02:50

택배기사는 되고, 마트배송기사는 안되는 산재보험
골절상 치료비 150만원+용차비 187만원까지 부담
‘평균 주 67시간’ 일하다 숨져도 과로사 인정 못받아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 산업노조 온라인 배송 지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 산업노조 온라인 배송 지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일이던 지난해 11월15일, 롯데마트 물건을 배송하던 배송기사 오아무개(당시 65살)씨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승강기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결국 숨졌는데, 사인은 과로사에서 주로 발견되는 급성심근경색이었다.

2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나온 오씨의 딸은 “한달에 4~5일만 쉬며 일하던 아버지의 죽음은 넉달째 과로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마트배송기사는 산재를 신청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롯데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위탁물류업체와 명목상 ‘개인사업자’로 계약한 ‘마트배송기사’다. 고객들이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해당 물건을 배송하는 일을 한다.

마트배송기사는 택배기사와 비슷한 점이 많다. 마트배송기사도 택배기사처럼 ‘과노동’이 고착화되어 있다. 지난해 6월 마트산업노조가 홈플러스 배송기사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주 6일 일한다’고 답했다. 원래 하루 평균 10.8시간으로 길었던 노동시간도, 코로나19 이후 주문량이 늘며 11.2시간으로 늘었다. 이 밖에 개인사업자로서 사용자와 위탁계약을 맺는다는 점 등도 비슷하다. 그러나 택배기사가 2012년부터 산재보험법상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진 반면, 마트배송기사에 대해선 산재보험 적용 규정이 없다. 코로나19 시기에 힘들어진 배송업무를 ‘필수노동’으로 보호한다는 정부의 대책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택배과로방지대책’을 내놓고 택배업 노사와 사회적 합의기구를 운영하는 등 조처를 했지만, 마트배송기사들은 해당되지 않았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남겨진 마트배송기사들은 각종 산재에 노출되고 있다. 앞선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 운송하는 상품의 총 무게는 985㎏에, 배송지 중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이용하는 비율은 42.8%에 달했다. 1주일 이상 팔, 허리 등 근골격계 질환이 의심되는 통증을 겪은 경험이 있는 비율도 60.5%나 됐다. 최근 두달 동안 사고로 다치거나 질병을 경험한 이는 80%에 이르렀다. 쉬려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회사가 배송차량을 쓰는 비용(용차비)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마트배송기사 ㄱ씨는 “물건 운반 도구에 발가락이 찍혀 골절상을 입어 2주를 쉬었는데, 치료비 150만원과 용차비 187만원을 스스로 부담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치료가 덜 끝난 상태에서 다시 근무를 하다가 재수술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마트배송기사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쪽은 “오씨는 위탁사 소속 개인사업자로 사고 이후에 산재신청을 권유했다. 필요한 것을 유족에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박수지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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