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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뉴스AS】 뒷짐 진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는 “반대”…꼬여가는 콜센터 직접고용

등록 2021-05-03 16:39수정 2021-05-03 17:05

수년째 헛도는 건보공단 콜센터 직접고용 논의
정규직 “채용 공정성 훼손”“임금손해” 반대
다른 사회보험기관 달리 ‘파업 도돌이표’ 거듭되나
3일 오전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와 직영화·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3일 오전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와 직영화·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지지부진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노동자들이 지난 2월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3주간 총파업을 한 지 두달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논의에서 한발 빠져 뒷짐을 진 모양새고, 건보의 정규직 노조는 되레 콜센터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콜센터 직접고용 논의 사회보험공단 중 가장 느려

3일 현재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1600여명은 전국 12개 센터의 11개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자격부과, 징수, 건강검진, 장기요양보험 등 건강보험에서 처리하는 1000여개의 업무를 맡습니다. 이들이 처리하는 건강보험 관련 전화상담은 하루 120건∼160건, 3분에 한 건 수준입니다.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가입자의 거주지·가족관계·재산·직업·병력 등을 파악하는 등 시민들의 생활 건강과 밀접한 개인정보를 다루고, 빠른 시간에 문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건보공단의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를 수행하기에 직접 고용이 이뤄져야 하고,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장은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가입한 공적 사회보험인데, 이를 담당하는 고객센터는 외주화돼 있다”며 “직영화는 건강보험 정보와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날 건보공단 고객센터의 직영화·노동권 보장에 지지하고 연대하는 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논의는 정부가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계획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라 본격화됐습니다. 정부는 용역, 도급 계약은 1∼2단계, 민간위탁계약은 3단계로 나누어 정규직 전환계획을 제시했습니다. 고용형태의 단계별 분류는 개별 기관이 하도록 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387명)과 근로복지공단(342명) 등은 콜센터를 1∼2단계 전환 대상으로 보고 2019년 직영으로 전환했습니다. 사실상 공공기관이 해야할 업무인데, 외주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이들 콜센터와 구조가 유사함에도, 고객센터를 3단계에 속하는 민간위탁기관 소속으로 해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논의는 미뤄졌습니다.

‘공정성’ 등 이유로 정규직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건보공단 정규직 직원들의 반대입니다.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는 2017∼2018년 기간제 노동자, 청소·경비·운전·시설관리 등 파견·용역직 노동자 700여명이 '업무지원직'으로 정규직화 되는 과정에서는 지원하는 구실을 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건보공단 노조 게시판 등에 많은 ‘건보공단 콜센터 정규직화 반대’ 글이 게시됐습니다. 당시 건보공단 노조는 고객센터 직접고용에 연대해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태도였으나, 조합원 내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하겠다”며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지난해 5월 ‘용역·민간위탁 노동자 직접고용 사업을 노조가 계속 추진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조합원 중 52%가 응답)에서 반대가 75.63%(5824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건보공단 노조는 직접고용 촉구에 연대하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올해 초 출범한 건보공단 노조 새 집행부는 ‘조합원 동의 없는 고객센터 직접고용에 반대한다’는 공약을 걸고 당선이 됐습니다. 고객센터 직접고용과 관련해서는 건보공단 노조의 지지를 기대하긴 어려워진 것입니다.

건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건보공단 직원들의 반대 이유는 ‘공정성 훼손’이라는 시선과 ‘차후 임금·인사 불이익에 대한 우려’ 등으로 보입니다. 우선 20∼30대 건보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면, 공개 경쟁 채용절차를 거친 정규직 노동자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직군 간 이동을 허용한다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또한 임금 등에서도 결론적으로 건보 정규직 직원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현재 직접고용된 뒤 직무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다, 다른 공공기관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우려가 곧바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규직 노동자의 우려가 이해되는 면은 있지만, 고객센터 직무는 이후에도 상담업무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또 어떻게 전환할지 아직 정해진 것도 없다”며 “결국은 회사가 직원들에 대한 설득을 해야한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꼬인 매듭 풀어야

결국 이런 꼬인 매듭은 건보공단 쪽에서 실마리를 풀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보공단은 표면적으로 “정규직 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추진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문제 해결이 어렵게 만든 데는 건보공단의 책임이 컸습니다. 이 고객센터의 업무형태가 다른 공공기관에서 직영으로 전환한 콜센터와 유사함에도 ‘3단계 민간위탁기업’으로 분류하며 의사결정을 미룬 건 건보공단입니다. 또한 건보공단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도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3단계 민간위탁기업에 대한 직접고용 논의는 개별 공공기관, 전문가, 노조(정규직) 등 민간위탁에 대한 협의 기구를 통해 진행하도록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구는 2019년 첫 회의를 한 이후 별도로 회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고객센터지부는 “고객센터 노동자가 참여해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자"고 지속해서 요구했는데, 건보공단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적들에 건보 공단 쪽은 “전문가 등 의사결정을 위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대답만 하고 있습니다. 고객센터지부는 “공단이 논의를 거부하거나, 논의를 시작해도 진정성 없는 시간끌기로 판단되면 전면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합니다. 건보공단은 이런 ‘도돌이표’를 5월에도 되풀이할 생각일까요?

글·사진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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