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중노위 “원청인 CJ대한통운, 하청 소속 택배기사와 단체교섭 해야”

등록 2021-06-02 17:14수정 2021-06-03 02:46

지노위 결정 뒤집고 택배노조 손들어줘
“노동조건 실질적 결정하면서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

원청의 단체교섭 책임 첫 인정
“하청과 교섭의무 일반적 인정은 아냐”
전문가 “단체교섭 패러다임 변화”

CJ대한통운 “행정소송 낸다” 반발
한 택배노조 조합원이 서울 중구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함께 싸웁시다’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서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 택배노조 조합원이 서울 중구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함께 싸웁시다’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서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용자로서 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판정이 나왔다. 이는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단체교섭을 해야 할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여파가 주목된다.

중노위는 2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씨제이(CJ)대한통운에 대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서 앞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결정을 뒤집고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중노위는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6개 교섭의제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또는 대리점주와 공동으로 택배기사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1인당 1개 주차장 보장, 주5일제와 휴일·휴가 실시 등 6가지 사안을 두고 씨제이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이 회사는 ‘고용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통상 택배기사는 택배업체 본사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는 대신에 지역별 대리점과 건당 수수료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노동자다. 대리점은 택배업체의 하청업체로서 택배 상품 접수 등의 업무를 총괄하지만, 택배기사의 배송 시간이나 작업 내용 등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전국 택배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결국 택배업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은 사용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뿐만이 아니다”라며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단체교섭 당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는 대리점 소속이지만, 원청업체인 씨제이대한통운이 구축·관리하는 택배서비스 시스템에 편입돼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구조인 점을 주목한 셈이다.

다만, 중노위는 “이번 판정은 씨제이대한통운과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 사이의 단체교섭과 관련한 개별 사안을 다룬 것으로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해 6월 중노위는 한국지엠 등 12개 사업장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을 원한다’며 쟁의 조정을 신청하자 원청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김종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법률원 노무사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는 주된 목적은 단체교섭을 하고자 함이므로 실질적으로 권한이 있는 사람과 교섭을 하는 게 마땅한 것”이라며 “이번 판정은 그런 취지를 최초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이번 판정은 단순히 씨제이대한통운만의 문제가 아니라 단체교섭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정이 원·하청 고용이 뒤얽힌 현대자동차 등 다른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등은 원청인 현대자동차에 교섭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으나 현대자동차는 ‘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응하지 않았다. 윤상섭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택배노조 결정에 힘입어 노동위원회에 판단을 구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씨제이대한통운은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제이대한통운 쪽은 이날 “중노위의 판정은 대법원 판례는 물론 기존 중노위, 지노위의 판정과도 배치되는 내용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며 “중노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결정문이 도착하면 검토 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 박수지 기자 dow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쪽 “대통령, 21일부터 헌재 모든 변론기일 출석” 1.

윤석열 쪽 “대통령, 21일부터 헌재 모든 변론기일 출석”

[단독] 김성훈 “윤 지시 따라 비화폰 기록 지워라” 증거인멸 시도 2.

[단독] 김성훈 “윤 지시 따라 비화폰 기록 지워라” 증거인멸 시도

경호처, 윤석열 체포 전 기관총 2정·실탄 80발 관저 배치했다 3.

경호처, 윤석열 체포 전 기관총 2정·실탄 80발 관저 배치했다

‘법원 난동’ 체포된 내 친구…“회사 잘리게 생겼다”는데 4.

‘법원 난동’ 체포된 내 친구…“회사 잘리게 생겼다”는데

‘총기 사용’ 윤석열 지시에 김성훈·이광우, 기관총·실탄 준비 5.

‘총기 사용’ 윤석열 지시에 김성훈·이광우, 기관총·실탄 준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