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산 아래 서울야경 즐기니 도인 따로 없죠”

등록 2006-04-11 18:59수정 2006-04-12 15:59

산 위에 서면 세상이 발 아래다. 그럴수록 더 작아지고, 겸손해짐을 느낀다. 인왕산 정상에선 윤왕용씨.
산 위에 서면 세상이 발 아래다. 그럴수록 더 작아지고, 겸손해짐을 느낀다. 인왕산 정상에선 윤왕용씨.
윤왕용씨 ‘검단산∼용마산 550리 한바퀴’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자리잡은 해외화물이송업체의 대표이사인 윤왕용씨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기분좋은 상상에 빠졌다. 주변의 산줄기를 타고 서울을 한바퀴를 도는 것이었다. 윤씨는 3~4년전부터 산 마니아들에게 산 즐기기의 트랜드로 자리잡은 5산종주의 최고수였다. 서울 북쪽의 불암산,수락산,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등 5개산을 한번에 종주하는 이른바 ‘불수사도북’의 기록 보유자였다. 2004년 8시간58분만에 5개산을 오르내려 기록을 세운 그는 지난해엔 그 5개산 왕복 코스(120㎞)를 20시간54분만에 마쳤다. 아직 누구도 그의 왕복 기록에 도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시절 산악부에서 산을 익힌 그는 대학졸업뒤 취직한 직장에서도 휴일마다 산을 다녔다. 4년전부터는 마라톤에 빠졌다. 입문 6개월만에 처음 출전한 풀코스에서 3시간46분으로 완주했다. 일년뒤 그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겐 꿈의 기록인 ‘서브 3’ (2시간 57분)를 달성한다. 그리고 국내 첫 ‘서브 3 페이스 메이커’가 됐다. 풀코스로는 성이 안 차 울트라 마라톤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4차례의 100㎞ 울트라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최고 기록은 7시간16분49초. 울트라마라톤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강북 5개산 종주 최고수…울트라마라톤 국가대표
석달간 주말 밤산행해 동물적 감각 ‘예행연습’
평소엔 화물업체 사장님…운동·긍정적 사고가 건강비결

마라톤 기록에 집착을 하지 않게 된 윤씨는 다시 산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3개월동안 본격적으로 26산 종주를 준비했다. 구간을 나눠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간 산행을 하며 지형을 익혔다. 깜깜한 밤에 혼자 산행을 하면 길을 잃어 버리기 쉽다. 동물적인 방향 감각을 키워야 한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윤씨는 지난달 17일 오전 7시4분 팔당대교에서 출발해 검단산에 오르는 것으로 26산 종주를 시작했다. 영장산과 불곡산, 백운산과 청계산 등 성남, 분당 주변의 9개산을 도니 첫날이 지났다.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식사는 산과 산 사이의 해장국집에서 해결했다. 밤을 새며 대모산과 우면산, 관악산을 거쳐 삼성산에 이르렀다. 서울 남서부의 산을 모두 돈 셈이다. 이어 안양천을 따라 북쪽으로 향해 성산대교를 건넜다. 이제 한강 이북의 첫 산인 안산이다. 청와대 뒷편의 인왕산과 북악산과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오르니 둘쨋날 밤 11시30분이다. 도중에 산친구들이 일부 구간을 동반하며 응원하기도 했다.

한북정맥의 한줄기인 도봉지맥의 웅장한 맛을 보며 도봉산 자운봉을 ‘찍고’ , 사패산 산자락에서 여명의 한기을 느끼며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 20분간 졸았다. 그리고 수락지맥의 정상인 수락산에 오른뒤 서울의 북동쪽 산을 향했다. 불암산과 구릉산을 지나 마지막 산인 용마산을 지나쳐 천호대교에 이르니 셋째날 오후 2시27분이었다.

“한밤에 산길을 홀로 걷는 맛은 기가 막힙니다. 달빛을 벗삼아 그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지다 보면 두려움에서 해방됩니다. 산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도 아름답지요.”

그의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15년전에 폐결핵을 앓았어요. 그때 담배를 끊었어요. 술요? 소주 두 병 정도 마셔요. 아침은 꼭 먹고, 점심엔 밥 두공기해요. 끊임없이 운동하고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이 건강함의 비결입니다.”

직원 10명의 회사를 운영하는 윤씨, 그의 닉네임은 ‘킹드래곤’이다. 용중의 용이다. 바람을 타고 다니는 전설의 용처럼 그는 도심의 ‘도사’로 살아간다.

글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박종준 전 경호처장 긴급체포 없이 귀가…경찰, 구속영장 검토 1.

박종준 전 경호처장 긴급체포 없이 귀가…경찰, 구속영장 검토

경호처, 김건희 라인 ‘김성훈 체제’로…내부선 “사병처럼 볼모 삼아” 2.

경호처, 김건희 라인 ‘김성훈 체제’로…내부선 “사병처럼 볼모 삼아”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3.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4.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경찰, ‘윤석열 체포’ 지휘관 20여명 소집…작전 계획 논의 5.

경찰, ‘윤석열 체포’ 지휘관 20여명 소집…작전 계획 논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