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이재명·윤석열이 모두 외면한 포털의 진짜 문제

등록 2021-11-19 17:07수정 2021-11-20 00:14

[김영희의 미디어프론트]
지역언론 포털 제휴 선정 결과 보니
“네이버의 지역 프랜차이즈 만든 셈”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지역언론 포털 제휴 선정 관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지역언론 포털 제휴 선정 관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드물게 보는 정치권의 ‘대동단결’ 모습이다. ‘기사형 광고’로 18일부터 포털 창에서 사라진 연합뉴스 문제를 두고 최근 대선 후보들과 정치권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포털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무소불위 권력’을 비판하며 퇴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뒤늦게라도 포털의 뉴스서비스 공급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한 것이라면, 반길 일이다. 하지만 같은 날 발표된 또 다른 결정에 대해선 입 뻥긋 하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씁쓸하다. 어쩌면 이것이 더욱 포털의 ‘진짜 문제’를 드러내는 사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제평위는 연합뉴스 등의 제휴 지위 강등 외에 또 한가지 언론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항을 발표했다. 지역언론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 제휴 심사’ 결과, 전국 9개 권역 중 각 권역에서 1위를 차지한 8개 지역언론이 콘텐츠제휴(CP) 지위를 받게 됐다. 강원도민일보(강원도), 국제신문(부산·울산·경남), 대전일보(대전·충남), 대구MBC(대구·경북), 전주MBC(전북), CJB청주방송(세종·충북), KBC광주방송(광주·전남), JIBS(제주)가 선정됐는데, 경기·인천 지역 언론사 가운데는 신청 요건을 충족한 매체가 없어 다시 특별심사를 할 예정이다.

애초 몇달 전 계획 발표 때부터 권위주의 시대의 ‘1도 1사 원칙’을 방불케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대체 지역시민에게 꼭 필요한 지역성도 살리면서 저 넓은 지역을 다 포괄하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도 싶었다. 하지만 결국 네이버 66곳, 카카오 66곳 등 총 73곳(중복매체는 1곳으로 합산)이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이시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처음부터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거부 선언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언론개혁의 문제라기보다 어찌 보면 생존의 문제였다”라고 심사 참여 이유를 말했다. 6천명 도민들이 주주로 참여해 1999년 창간한 이 매체는 개혁적 지역정론지를 표방해왔다. 그는 “지역에 맞는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제대로 하려면 다양한 실패를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실패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 지역신문에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선 이른바 ‘유력지’라는 곳들도 지자체 광고 외에 뾰족한 수익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일보의 한 기자는 “노조가 함께 심사 준비를 하자는 회사 요청에 응한 이유는 수익을 조금이라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하는 기대 그것 하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보는 비율이 72%에 달하는 한국에서 특히 지역언론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이들은 말한다. 경인일보 김명래 기자는 “기레기 비판하는 사람이 많지만 지역언론을 욕하는 사람은 없다. 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이용자를 찾기 위해서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심사과정과 점수를 알 수 없는 폐쇄성과 함께 △다른 문화를 가진 부·울·경이나 1500만명 인구를 포괄하는 경기·인천을 한 권역으로 묶은 문제 △‘다윗과 골리앗’ 같은 신문과 방송을 동렬에 놓고 심사한 문제 등이 지적됐다. 전 제평위 위원인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지역언론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제평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같은 1회성 특별심사가 아니라 일정 기준이 넘는 매체를 모두 받되 상시적인 퇴출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사실 지역언론뿐 아니라 모든 언론에 있어 ‘먹고사니즘’은 절박한 화두다. 포털의 광고수익과 전재료가 더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액수의 많고적음을 떠나, 포털 콘텐츠제휴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광고시장에서 계약조건이 달라진다는 것 또한 정설이다.

하지만 동시에 언론과 시민 모두에겐 ‘양날의 칼’이 되고 있는 것 아닐까?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선정된 8곳 중 6곳이 사주가 있는 매체임을 지적하며 “콘텐츠제휴 지위를 확보한 지역언론 사주가 이를 무기로 수익성만 추구하거나, 이들 언론사에 각 지역 권력이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기동 대전충남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또한 “이번에 선정된 우리 지역 언론사가 이른바 ‘유력지’인데도 현장 취재기자는 15명도 안 된다. 지역사회 공론장 형성을 위해 제 역할을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역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보다 남들 다 쓰는 트래픽 높은 뉴스에 매달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포털은 그동안 거대 언론사의 뉴스공급 독점을 깨고 ‘다양한’ 매체들이 이용자와 만나는 창을 열어왔다. 하지만 20년 세월이 흐르며, 이젠 ‘어떤 다양성과 지역성인가’라는 질문 앞에 섰다. 토론회 사회자인 원용진 서강대 교수의 표현은 상징적이었다. “(이번 심사 결과는) 지역언론의 포털 진입이 아니라 지역에 네이버의 프랜차이즈가 생긴 것이다.”

글·사진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윤석열 “계엄이 왜 내란이냐” 1.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윤석열 “계엄이 왜 내란이냐”

‘내란의 밤’ 빗발친 전화 속 질문…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2.

‘내란의 밤’ 빗발친 전화 속 질문…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강제동원’ 이춘식옹 별세…문재인 “부끄럽지 않은 나라 만들 것” 3.

‘강제동원’ 이춘식옹 별세…문재인 “부끄럽지 않은 나라 만들 것”

[단독] 명태균 “윤상현에 말해달라”…공천 2주 전 김건희 재촉 정황 4.

[단독] 명태균 “윤상현에 말해달라”…공천 2주 전 김건희 재촉 정황

서부지법 판사실 문 부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구속 5.

서부지법 판사실 문 부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구속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