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조만간 지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언론단체와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방송 장악’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를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앞장서서 지켜내야 할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히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언론노조는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 내정설’과 관련해 지난 1일 성명을 내어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에 최고 권력인 대통령의 현직 특보를 내리꽂는 짓은 과거 어느 정권도 감히 꿈꾸지 못한 폭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30일 임기 만료를 두달 앞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면직한 뒤, 차기 위원장으로 이동관 특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다음 주 중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특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비서관, 언론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지난 대선 직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으로 합류했으며, 정부 출범 이후에는 장관급인 대외협력특보에 위촉됐다.
‘왕의 남자’로 불렸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언론노조 등이 이 특보의 방통위원장 내정설에 크게 반발하고 나서는 건 그가 이명박 대통령 곁에서 청와대 대변인(2008년2월~2009년 8월)과 홍보수석(2009년 9월~2010년 7월), 언론특보(2011년 1월~2011년 12월)를 지내는 동안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와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축출,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수사·기소 등 방송 장악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진 탓이다. 그 기간에 이뤄진 구본홍·김인규·김재철 등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임명은 이후 이에 맞선 언론인의 대량 해직 사태를 불러왔다. 비록 그가 방송 장악을 진두지휘했다는 구체적인 직접 증거는 아직 없지만, 해당 기간 ‘대통령의 입’이자 핵심 참모였던 그의 책임이 가벼울 수는 없다는 것이 언론단체와 야당의 판단이다. 이와 더불어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불거진 이 특보 자녀 관련 학교폭력 은폐 논란도 여전히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언론노조는 이 특보를 가리켜
“15년 전 이명박 정권의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로 변신해가며 케이비에스, 엠비시, 와이티엔(YTN)의 이사들과 사장을 끌어내려 방송 독립성과 언론 자유를 짓밟았던 장본인”이라며 “보수 족벌언론 종편 허가로 방송시장을 황폐화했고, 미디어법 날치기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배후 설계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기간 동안 언론·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 지수는 날개없이 추락했고, 수많은 언론인이 해직되면서 한국 언론의 흑역사를 쓴 원흉”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과방위원장인 ‘윤핵관’ 장제원 의원에,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각각 입법-행정 투톱에 내세워 총선 전에 대한민국 방송 전체를 정권의 애완견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는 의문도 제기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31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특보를 겨냥해 “후임 방통위원장으로 엠비(MB) 정부 시절 언론 장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인물이 거명된다”며 “엠비 정부 악습을 끊지 못하고 오히려 계승하는 듯하는 건 정말 한탄스럽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언론 장악 시도를 본격화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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