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내며 와이티엔(YTN)과 조선일보 등 언론사 ‘문제보도’를 관리해왔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런 정도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홍보수석의) 기본 직무”라고 18일 답변했다. 대변인 시절 박보균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당시 중앙일보 편집인) 등 친정부 성향의 언론인을 따로 분류해 ‘대통령 전화 격려 리스트’로 관리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는 “직접 격려 전화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현장에서 몇번 바꿔드린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와이티엔 보도 리스트(라는 문건을) 보면 밥 먹듯 방송에 개입했다는 게 나와 있다’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기본 직무”라고 답변했다. 이어 ‘문제 보도라는 이름으로 조선일보 보도를 관리한 사실이 있냐’는 이정문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우호적 보도가 나오도록 노력하는 건 홍보 라인에 있는 사람의 기본 직무”라며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4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보도한 ‘와이티엔 보도 리스트’ 문건의 일부는 홍보수석실이 ‘문제’라고 지목하는 보도의 제목·내용과 함께 해당 보도가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는 등 내용의 ‘조치 결과’가 함께 적시돼 있다. 이들 문건은 이 후보자가 대변인·홍보수석 재직 시절, 언론 통제에 나섰다는 의혹의 근거 중 하나다.
이 후보자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낼 때 생산된 ‘국가정보원 언론 장악 문건’ 중 홍보수석실이 작성을 요청했거나 보고받은 문건 중 실행에 옮겨진 것만 9건에 이른다는 야당 의원의 주장도 나왔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당시 (청와대 대변인실이나 홍보수석실이) 보고받거나 요청했던 국정원 문건들이 한 30여건 정도 발견됐다. 그 가운데 실제로 실행이 확인된 것만 골라내니까 9건이었다”며 “국정원으로부터 주로 민정수석실, 홍보수석실, 안보수석실 등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이 말한 9건의 문건은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엠비시(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케이비에스(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등이다. 이중 ‘엠비시 정상화 전략…’을 보면 좌편향 제작진 퇴출과 노동조합 무력화 등 문화방송 장악을 위한 세부 추진방안이 나오는데, 이들 계획의 대부분이 실제 집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고 의원이 “(이런 사실을) 알고 계시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런 보고서를) 거의 본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건에 ‘홍보수석 요청’이라는 사실이 표시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청와대에 상주하고 있던 국정원 직원이 각 수석실을 다니며 뭐가 필요한지 수집해서 보고했다고 한다. 나중에 홍보수석실에도 한명이 와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에 앞서 현업 언론인 단체와 언론·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자 지명 철회와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개 단체는 이날 회견에서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맡아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한 장본인”이라며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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