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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논란…“검열, 위헌적 발상”

등록 2023-09-20 05:00수정 2023-09-20 07:48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주최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 청원 긴급공청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9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주최로 열린 ‘가짜뉴스 근절 입법 청원 긴급공청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18일 발표한 ‘가짜뉴스 근절 추진 방안’을 두고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빌미로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사실상의 검열 제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헌법의 근본 취지와 구체적 조항까지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언론 전문가들은 방통위의 ‘원스톱 패스트트랙’이 가짜뉴스에 대한 자의적 판단의 길을 열어둔 채 ‘개문발차’를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원스톱 패스트트랙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가짜뉴스 신고 센터’를 설치하고, 접수 순서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심의와 구제 절차를 잇따라 밟을 수 있도록 신속심의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가짜뉴스의 정의와 판단 기준’ 등에 대해선 추후 국회 등과 논의해 마련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8일 낸 성명에서 “규제 대상, 판단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짚었다.

이번 발표에서 ‘입법 추진 계획’에 포함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특히 가장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지난 6일 방통위가 ‘통합 심의법제’와 묶어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방통위 주도로 방심위와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심의기구를 묶어 언론사의 폐간·정파(전파 송신 중지)까지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4일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국민의힘 소속)이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언급하며 “폐간을 고민해야 한다”고 하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그것이 바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최종 단계”라고 맞장구를 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이 같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구체적으로 헌법 제21조 2항(언론에 대한 허가와 검열 금지)과 37조 2항(기본권에 대한 과잉 금지) 위반이 지목되고 있다. 정보인권단체 ‘오픈넷’은 방통위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발표 직후 성명을 내어 “정부가 언론·인터넷을 전방위로 감시하고 가짜뉴스를 선별해 강력 규제하겠다는 것은 곧 정부의 정보 통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반정부적 여론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남용할 위험이 큰 반민주적·위헌적 발상”이라며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사를 폐간한다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떤 오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검열이나 허가제와 똑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그런 시스템을 갖춘 민주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오보를 내고 있고 이를 사과하고 바로잡아간다. 오보를 용인하는 것은 언론 자유 시스템의 일부이자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전제가 되는 ‘통합 심의법제’도 위법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행 법체계는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심의는 방심위가 하고, 방통위는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이를 점수로 반영할 수 있을 뿐, 그 결과에 대해서도 방송사의 청구로 법원이 최종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며 “통합 심의 자체가 위법적 발상”이라고 했다. 또 “방통위가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것부터 이미 방송 내용 중립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판결’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해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그 필요성에 의심이 있다’며 허위사실유포죄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짚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태도가 2년 전과 정반대로 바뀐 것이야말로 정치권력의 자의성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21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을 밀어붙이려 했을 때, 윤석열 대선 후보는 “언론재갈법”으로 규정했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권을 향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2년 전 언론노조를 비롯한 현업언론단체들은 ‘악의적 허위 보도’를 누가 어떻게 규정할지 등을 들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위헌성을 비판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했다”며 “경제적 징벌을 넘어 아예 폐간을 시키겠다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그때 그들이 했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줘야 한다”고 일갈했다.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이미 유엔 등 여러 국제기구가 공동선언문 등을 통해 가짜뉴스에 대한 자의적 규제와 처벌의 위험성을 누누이 강조해왔다”며 “‘선거에 미치는 영향’ ‘국기문란’ 같은 정치적 의도성을 서슴없이 드러내며 사형까지 들먹이는 현 정권에 딱 들어맞는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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