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위원장, 피하지 말고 해명하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안건을 다룰 예정이던 방심위 임시회의가 개의 약 두 시간을 앞두고 여권 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안건을 제안한 야권 추천 몫의 방심위원들은 “다음 정기회의에 안건을 재상정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방심위는 3일 오전 11시43분께 문자 공지로 “회의 소집을 요청한 위원 이외 4인 위원이 예정된 일정이 있어 참석이 어렵다고 밝혀 전체회의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방심위 정원은 9명인데 현재는 류 위원장 포함 여권 추천 4명, 야권 추천 3명으로 7명이다. 여권 위원 4명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야권만으로는 개의 정족수(제적위원의 과반)를 채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날 회의는 류 위원장이 가족·지인을 통해 가짜뉴스 심의 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논의하고자 지난달 29일 야권 위원들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야권 추천 옥시찬 위원은 “방심위 역사상 소수위원이 불참한 경우는 있어도 다수위원이 불참한 경우는 없었다”며 “8일 전체회의에 다시 같은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추천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류 위원장이 내린 제보자 감사·고발 등 색출 조처 중단 △위원회 내부 ‘청부 민원·심의’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기구 설치 △류 워원장과 위원 전원의 대국민 사과 및 류 위원장의 의혹 관련 개인적 업무 지시 근절 등을 제안하고 논의할 예정이었다.
제보자 색출을 지시한 류 위원장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은 “여당 추천 위원님들도 정파성을 떠나서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방심위 직원에 대한) 색출 작업을 계속하면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류 위원장이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의혹에 대한 해명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방송회관 앞에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류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장은 “류희림 위원장은 해촉 대상이 아니라 수사와 처벌 대상”이라며 “개인의 사적 복수를 위해 방심위라는 조직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방심위 직원)의 노동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양심을 걸고 싸우겠다”고 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청부 민원’ 의혹 보도에 대해 “언론사 기자들이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민원인에 대한 위압적 취재를 했다. 취재를 빙자해 민원인들을 보복 테러했다는 피해자들의 호소가 나온다”며 “피해 민원인들이야말로 ‘진정한’ 공익제보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