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연금 삭감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티비에스(TBS)가 18일까지 추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회사의 희망퇴직 목표 인원은 112명으로 실제 신청자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리해고 등 후속 구조조정 조처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17일 티비에스는 근속 20년 미만 직원을 대상으로 18일까지 조기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티비에스는 이미 지난해 말에도 세 차례에 걸쳐 38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바 있다. 이번 추가 희망퇴직 규모는 현재 남아 있는 직원(290여명)의 약 40%에 해당한다.
티비에스 경영진은 지난 16일 ‘직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또 한번의 희망퇴직을 통해 다시 한번 직원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 떠나는 직원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붙잡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재단법인에 허락된 인건비는 2월까지 112명의 희망퇴직을 위한 비용과 3월부터 5월까지 180여명에 대한 기본급 수준에 불과하며, 이번 조기희망퇴직 신청이 목표 인원에 미달할 경우 계속 수당을 지급하며 희망퇴직 접수를 이어갈 것이라는 약속을 드릴 수 없다”며 “남은 직원에게도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티비에스가 직원들에게 제시한 희망퇴직 수당은 기본급 2개월치이다.
티비에스가 새해 첫 달부터 또 다시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나선 1차적 이유는 서울시 출연금 축소 탓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티비에스에 93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편성했는데, 이는 지난해 티비에스 전체 예산 320억원(서울시 출연금 232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티비에스의 인력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문제는 112명의 희망퇴직이 이뤄진다 해도 이는 티비에스가 처한 경영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당장 티비에스 경영진도 앞서 소개한 글에서 112명의 희망퇴직 이후 ‘5월까지 (남은) 180여명의 급여’에 대해서만 말할 뿐, 그 이후 티비에스의 미래에 대해선 선뜻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경영진은 지난 15일 노동조합과의 간담회를 통해 위기극복 방안 마련을 위한 노사 대책위원회 구성을 협의했으며, 대책위에서 희망퇴직 후속대책이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티비에스지부는 17일 “(2022년 티비에스 지원 폐지조례 통과 이후) 1년의 기다림은 결국 112명의 방송 노동자가 쫓겨나고 6월 이후 누구의 생존도 담보할 수 없는 최악의 결말로 치닫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티비에스에 아무런 희망도 느끼지 못하는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