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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하니바람] 매그넘의 ‘눈동자’ 한국을 응시하다

등록 2007-02-25 17:40

치엔치 창(47)은 매그넘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아시아인 사진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대만 태생이지만 현재 국적은 미국입니다. 창의 주된 관심사는 ‘소외와 연결’입니다. 그의 작품 중 대만 정신병동의 초상을 모은 <The Chain>은 2003년 미국 보도사진대회 올해의 사진상에서 사진집 부문 1위를 수상하였고 상파울루와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전시되었습니다.
치엔치 창(47)은 매그넘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아시아인 사진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대만 태생이지만 현재 국적은 미국입니다. 창의 주된 관심사는 ‘소외와 연결’입니다. 그의 작품 중 대만 정신병동의 초상을 모은 은 2003년 미국 보도사진대회 올해의 사진상에서 사진집 부문 1위를 수상하였고 상파울루와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전시되었습니다.
안동 권씨 집성촌에 카메라를 든 이방인이 나타났다
한국을 담으러 온 매그넘 사진가 치엔치 창
그의 앵글에 담긴 한국은…
한겨레-매그넘 프로젝트

2008년 창간 20돌 기념사업의 하나로 <한겨레>는 세계 최고의 자유보도 사진작가 그룹인 ‘매그넘’의 작가 60여명 중 20명을 초청해 우리나라의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담은 사진집 <프레즌트 코리아>를 제작합니다. 촬영기간은 2006년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이며, 스무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주제로 대한민국을 찍습니다. 이 사진집은 2008년 5월께 발행되며 향후 서울, 하노버, 런던, 뉴욕, 동경 등에서 순회전시도 할 예정입니다.

도산서원에서 한복을 입고 구경하는 할아버지를 취재하는 치엔치 창의 그림자.
도산서원에서 한복을 입고 구경하는 할아버지를 취재하는 치엔치 창의 그림자.
경북 봉화에 있는 안동권씨 집성촌 닭실마을. 조선중기 문신이었던 충재 권벌 선생의 종택에서 설을 맞아 차사(茶祀)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차례(茶禮)’를 ‘차사’라고 부릅니다. 검은 옷을 입은 사진가 한 명이 차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겨레가 기획한 <프레즌트 코리아> 취재를 위해 한국에 온 매그넘 소속 사진가 치엔치 창(Chien-Chi Chang)입니다.

치엔치 창은 표준렌즈가 달린 마미야7 카메라를 두 손으로 받쳐 안고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는 똑같은 카메라와 렌즈를 3대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한 대는 예비용이고 나머지 한 대는 개인적인 느낌을 기록할 때 간간히 사용합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디지털의 편리함보다는 필름이 주는 느림과 여유를 더 좋아합니다. 그가 휴대전화를 쓰기 시작한 것도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중동. 가만가만 움직이는 그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납니다. 그는 신중하게 한 컷씩 셔터를 누릅니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셔터 소리 역시 조용히 울립니다. 같이 있는 동안 그가 서둘렀던 순간은 딱 한번, 필름을 갈아 끼우다 떨어뜨려 데굴데굴 굴러가는 필름 포장지를 재빨리 주울 때뿐이었습니다.

차사가 끝나고 음복이 시작되자 종손은 “그만 찍고 들어와 식사하라”고 권합니다. 그는 미소로 화답하고는 촬영을 계속합니다. 낯선 사람이 나의 밥 먹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며 사진을 찍는다면 꽤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불편한 기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치엔치 창은 마치 그림자처럼 사진을 찍기 때문입니다. 원래 그곳에 서 있던 나무인 양 자연스럽게 풍경과 섞입니다.

2년 전부터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치엔치 창은 한국의 음식을 좋아합니다. 파전과 섬유질이 풍부해 장을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는 ‘시래기’를 특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치엔치 창이 찾는 주제는 ‘한국의 관혼상제’입니다. 봉화, 안동 등을 찾은 이유도 전통 제례와 장례를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제례는 날이 정해져 있으니 예측이 가능하지만 장례는 예측 불가. 방법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중형레인지파인더 카메라 ‘마미야7II’와 표준렌즈인 80㎜ 렌즈, 카메라를 두 손에 안고 피사체를 지켜봅니다. 필름은 후지 프로비아 100 슬라이드 필름.
그가 사용하는 중형레인지파인더 카메라 ‘마미야7II’와 표준렌즈인 80㎜ 렌즈, 카메라를 두 손에 안고 피사체를 지켜봅니다. 필름은 후지 프로비아 100 슬라이드 필름.
기다리는 동안 그는 청량산과 도산서원, 그리고 하회마을에 찾아갔습니다. 그곳의 풍경과 문화가 자신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알기 위해 노력합니다. 천천히 걷고 바라보고 생각합니다.

관혼상제 중 관례(冠禮), 어른이 됐음을 인정하는 의식은 현재 행해지지 않습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관례는 어떤 것일까요? 치엔치 창은 졸업식장을 찾아갔습니다. 한 대학 졸업식장에서 그는 이제 곧 사회에 진출할 졸업생들의 표정에 드러난 마음가짐을 지켜보았습니다. 치엔치 창이 찍고자 하는 ‘한국적인 것’은 ‘옛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평범한 예식장과 웨딩 스튜디오를 찾아가기도 했고 프랑스 남자와 한국 여성이 전통혼례 올리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했습니다. 또한 농촌에 시집 온 동남아 여성들의 결혼식도 기록할 예정입니다. 그 모두가 현재 한국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치엔치 창에게 그동안 한국 문화를 취재하며 받은 인상을 물었습니다. 그는 “한국인은 ‘강한 사람들’이며 ‘풍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길 원했으나 그의 대답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는 말을 잘 하는 사진가는 아닙니다. 결국 치엔치 창이 느낀 한국 문화에 대한 인상은 나중에 그가 찍은 사진을 봐야 알 수 있을 모양입니다. 치엔치 창은 사진을 찍을 때 ‘직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의 직관으로 기록한 한국의 문화, <프레즌트 코리아>가 기대됩니다.

글.사진 김윤섭 outskirts@naver.com/<하니바람> 포토그래퍼

봉화 닭실마을 충재 권벌 선생의 종택에서 차사를 취재하는 모습.
봉화 닭실마을 충재 권벌 선생의 종택에서 차사를 취재하는 모습.

하회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
하회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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