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날을 맞아 3일 오전 서울 남산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지역 발표 및 디지털 전환 활성화 추진 협약식’에서 이병순 <한국방송> 사장(오른쪽)과 하금열 <에스비에스> 사장(왼쪽)이 밝게 웃고 있고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가운데)은 다소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신임투표 앞두고 고위 간부 물갈이
이병순 <한국방송>(KBS) 사장이 2일 전격적으로 부사장 2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노조는 “임기가 두 달 정도 남은 이 사장의 ‘연임용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선규 한국방송 홍보팀장은 3일 “김성묵(방송)·유광호(경영) 부사장 2명이 2일 오후 면직 처리됐다. 사장이 곧 새 부사장을 지명해 차기 이사회 임명동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새로 개편된 한국방송 이사회는 4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임 부사장 임명동의 문제를 처리할 예정이다.
면직된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 본부장 6명과 함께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사장 교체 이후 편성과 제작 등 본부장급 경영진의 일부 물갈이도 예상된다.
이 사장의 임기가 11월23일 만료되는 상황에서 고위 간부 물갈이가 이뤄지는 데 대해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이 사장의 ‘연임 승부수’로 풀이하고 있다. 노조는 이달 16~17일 본부장 6명에 대한 신임투표를 할 예정이었다. 노사 단협상 본부장 취임 1년 뒤 공정성 실현 여부를 묻는 신임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본부장 교체때는 신임투표 자체가 무산된다. 노조는 신임투표가 치러질 경우 과반 이상의 불신임표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이 사장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번 인사가 기획되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2일 성명에서 “경영부사장을 동원한 사표 강요 행태는 명백한 편법 행위요 노사관계를 파탄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면서 “만약 구시대 인사를 인선할 경우 이병순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영방송을 위한 사원행동도 “이병순 관제사장은 일년 동안 실컷 부려먹은 부하들을 희생양 삼아 화려하게 부활하려는 연임 시도를 즉각 포기하고 당장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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