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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청와대가 기획·연출 이상한 ‘대통령과 대화’

등록 2011-01-28 19:29수정 2011-01-28 21:18

패널섭외·대본까지 주도
다음달 1일 지상파 생방송
방송노조 “하청 중계” 반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기획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중계만 하는 ‘대통령과의 대화’가 설날 이틀 전 생방송된다. 과거 유사 프로그램 제작 때와 달리 청와대가 대담자 선정과 방송 대본 작성까지 직접 주도해, “지상파가 청와대 하청방송이냐”는 반발이 분출하고 있다. ‘대통령과의 대화가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극대화해 내보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란 제목의 이 대통령 신년 대담을 새달 1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지상파 3사는 이날 대담을 오전 10시부터 90분 동안 생방송한다. 대담은 외교·안보(남북관계, 한미·한중관계, 자유무역협정 등)와 경제(올해 경제운영 계획과 물가 등) 두 분야를 중심으로 2명이 이 대통령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한수진 <에스비에스>(SBS) 앵커가 대담자로 출연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추석 때 이 대통령 부부가 <한국방송>(KBS) ‘아침마당’에 출연했을 무렵부터 올해 초 방송 좌담회 형식으로 현안을 다루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촬영은 주관 방송사인 에스비에스가 맡아 하고, 한국방송과 <문화방송>(MBC)은 영상을 받아 송출한다.

논란은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청와대가 주도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청와대는 “학계와 방송계의 추천을 받아 대담자를 선정했고 방송사 작가와 회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우리는 카메라와 중계차만 제공하고 전체 기획과 진행은 청와대에서 한다”며 “제작에 우리가 관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수진 앵커는 우리가 발탁하지 않았다. 기획에 참여한 ‘8시 뉴스’ 작가(프리랜서)도 에스비에스가 보낸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청와대 쪽과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자인 정관용 교수는 “열흘 정도 전에 청와대에서 직접 섭외 요청이 왔다”고 답했다.

결국 지상파 3사는 청와대에 중계 시스템만 제공하는 ‘들러리’로 전락한 셈이 됐다. 한국방송 새 노조는 27일 성명을 내어 “과거에도 대통령의 대담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 있었지만 최소한 중계를 맡은 방송사가 기본적인 대담 형식과 출연자 및 질문 등을 결정했다”며 “헌법과 방송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 자유와 방송 편성의 독립을 깡그리 무시한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왜곡된 소통 방식’이 다시 노출됐다는 지적도 많다. 이 대통령은 취임 뒤 여러 현안을 두고 질문을 주고받는 기자회견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각종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을 빼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만 초점을 맞춘 특별기자회견이 유일했다. 다수 패널이 질문하고 청중이 지켜보는 공개 대화 형식마저 피한 이번 대담에서도 이 대통령이 하고 싶어하는 말만 전파를 탈 가능성이 커졌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청와대 주도의 기형적 제작 방식에서 이 대통령이 방송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자신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방송 3사 노조가 힘을 모아 공동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문영 김정필 황준범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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