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근거는 미흡하지만…” 여당위원들 의결
야당쪽 위원들 표결 거부…국회승인 거쳐야
야당쪽 위원들 표결 거부…국회승인 거쳐야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방송>(KBS)의 수신료 1000원 인상안에 ‘광고 축소’ 조건을 붙여 국회에 보내기로 18일 의결했다. 여야 상임위원들 간 격론 끝에 여당 위원들이 표결로 밀어붙였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방송 이사회의 월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받아들이되, ‘상업재원(광고) 축소와 공적책무 확대 방안의 성실한 시행 및 프로그램 제작비 확대’를 인상 조건으로 제시했다. 2014년에 수신료 금액의 재산정과 단계적 광고 축소 및 채널별 회계분리 필요성도 덧붙였다. 방통위는 “케이비에스 인상안은 공영성 강화란 케이비에스의 발전 방향과 콘텐츠 질 향상에 미흡하고 수신료 인상 근거도 충분치 않으나, 수신료 현실화가 공영방송 재원구조 정상화의 첫 단추를 끼운다는 의미에서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방통위는 수신료 인상 근거 불충분 이유로 2014년까지 적자 추정액(9389억원)이 위원회 자체 산정액(6284억원)과 크게 다르고, 공적 책무 확대 방안 수행 예산(6635억원) 중 18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한 두 안(1안 ‘인상안 다시 마련’, 2안 ‘600원 공적 책무 시행에 사용+400원 광고 축소에 사용’)은 폐기됐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한국방송이 ‘공정성 훼손’ 비판에 납득할 만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고 정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인상안 동의에 반대했다. 이경자 위원은 반대 의사를 표명한 뒤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고, 양문석 위원은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했다. 반면 여당 쪽 위원들은 한국방송의 수신료 인상 근거 산출이 잘못됐다면서도 인상엔 동의했다.
방통위는 가장 논란이 된 광고 축소도 ‘상업적 재원 축소’란 말로 표현만 바꿨다. 양 위원은 “‘종합편성채널 먹거리 마련’이란 오해를 사면서 왜 (광고 축소에) 동의해야 하냐”고 따졌으나, 여당 쪽 형태근 위원은 “상업재원 축소를 너무 무서워할 필요가 있냐”며 거듭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한국방송 재허가를 3년 연장하며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확정할 경우 방통위가 국회에 제출한 의견을 고려해 제시하는 시행계획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조건으로 달아 둔 상태다. 광고 축소를 재허가와 연계해 압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방통위는 이날 의결 내용을 다음주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인상안은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 표결로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국회 처리 전망은 녹록지 않다. 민주당은 한국방송 공정성 확보와 뚜렷한 자구방안 마련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인상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다. 물가 폭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여당 내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한 문방위원은 “여당 문방위원들 안에서도 인상안을 원안 처리하자는 의견과 한국방송의 방만한 경영 합리화 등의 조처가 반영되지 않아 그대로 해줄 수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상임위에서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문영 김정필 신승근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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