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미·중·일 진출…“종편, 사업성 규명안돼”
2015년까지 연 9300억 전체매출의 30% 목표
“성공 가능성 높아”-“통합효과 미지수” 전망 갈려
2015년까지 연 9300억 전체매출의 30% 목표
“성공 가능성 높아”-“통합효과 미지수” 전망 갈려
씨제이 이앤엠(CJ E&M)이 ‘국내 유일의 종합 콘텐츠 기업’을 표방하며 1일 공식 출범했다. 종합편성채널 출현과 함께 올해 미디어업계의 양대 사건으로 꼽히는 ‘거대 콘텐츠 기업’의 등장에 각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씨제이 이앤엠은 씨제이미디어(방송)+온미디어(방송)+씨제이엔터테인먼트(영화)+엠넷미디어(음악+공연)+씨제이인터넷(게임)+오미디어홀딩스 6개 회사를 합쳐 탄생했다. 일단 몸집부터 커졌다. 기업별 현 매출액을 단순 합산해도 1조1천억원 규모다. 2009년 <한국방송>(KBS)과 지역사를 합친 <문화방송>(MBC) 매출액이 각각 1조2930억원과 1조353억원임을 고려하면, 유료방송을 넘어 국내 미디어시장 전체를 긴장시킬 강자가 출현한 셈이다. 씨제이 이앤엠은 2015년까지 매출 3조10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안에 지금의 3배에 이르는 매출 신장을 이루겠다는 얘기다.
‘목표 달성’ 방안도 내놨다. 국내 투자와 배급이 중심인 영화사업에서 제작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되, <쿵푸팬더>처럼 아시아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만들 계획이다. 방송 쪽에선 한류 음악시장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하고, 국내에서 인기를 끈 ‘롤러코스터’의 중국판 제작에도 나선다. ‘막돼먹은 영애씨’나 ‘슈퍼스타 케이(K)’ 같은 인기 프로그램은 공연·영화·게임 콘텐츠로 재탄생시킨다는 복안도 추진중이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 능력을 완비한 씨제이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콘텐츠 쪽에선 대적할 상대가 없고,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씨제이헬로비전(통합 기업에서 제외)도 지난달 티브로드를 누르고 가입자 1위(티브로드의 동서디지털방송 인수가 완료되면 재역전)로 올라섰다.
씨제이 이앤엠의 사업 전략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해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씨제이는 영화 쪽에서 일본 현지 직배사인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재팬’을 설립했고, 미국의 ‘해리포터’ 시리즈 제작사인 ‘1942 픽처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중국의 민영 영화사인 ‘보나’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방송 쪽에선 동남아시아 7개 지역에 진출한 <티브이엔>(tvN) 채널을 향후 11개국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매출의 10%에 못미치는 해외수익(920억원)을 2015년엔 전체 매출의 30%(9300억원)까지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해외시장 중심주의’는 정부·여당과 신문사들이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선결조건으로 종편 진출을 주장한 것과도 다른 전략이다.
종편 도입 논의 초기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씨제이미디어가 거론됐으나, 씨제이는 ‘종편의 길’로 들어서는 대신 ‘해외투자에 집중하는 콘텐츠 기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씨제이 이앤엠 관계자는 “사업성이 규명되지 않은 종편에 뛰어드느니 티브이엔을 통해 키워온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종편처럼 경쟁이 심화되는 국내시장에 매달려선 글로벌 미디어기업이 될 수 없다는 계산이다. 한 엠에스오 관계자는 “씨제이가 해외사업에서 실패할 경우 국내시장 쟁탈전에 동참하면서 (미디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씨제이 이앤엠이 국내 미디어시장에 미칠 충격파를 두곤 다양한 관측이 제시된다. 유료방송 쪽에선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케이블방송사 한 관계자는 “콘텐츠 시장에서 힘이 세지면서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단순 콘텐츠 기업과 달리 부대사업이 뒤따르는 씨제이는 해외사업 성공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내다봤다. 관망의 시선도 있다. 한 엠에스피(MSP, 복수종합유선·방송채널사용사업자) 관계자는 “일단 규모의 경제는 확보했으나 아직은 각 사업 부문을 기계적으로 합쳤을 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진 미지수”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씨제이 이앤엠 등장이 방송시장을 ‘지상파-종편-씨제이’ 3자 구도로 재편하는 한편, 미디어업계의 동반 대형화를 추동할 것이란 지적엔 이견이 없다. 유료방송 2대 사업자인 태광은 종편 탈락과 무관하게 티브로드를 중심으로 미디어그룹화를 추진하고 있다. 종편도 엠피피(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사업자로의 쏠림 현상 방지와 작은 독립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보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들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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