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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피디수첩 ‘비판 정신’ MBC사장이 찍어냈다

등록 2011-03-03 19:34수정 2011-03-03 22:00

전날 인사에서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제작진에서 제외된 최승호 피디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시사교양국 사무실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날 인사에서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제작진에서 제외된 최승호 피디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시사교양국 사무실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승호 피디 등 6명 교체
시사교양국 강력 반발
“소망교회 취재탓” 의혹도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의지만으론 ‘피디수첩’을 무력화시키지 못했던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문제 피디들 대거 물갈이’란 극단적 인사로 ‘정권의 골칫덩이 프로그램’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문화방송은 2일 오후 피디수첩 제작진 11명 중 6명을 전격 교체했다. 피디수첩의 간판 연출자인 최승호 피디와 팀장인 김태현 시피 및 진행자 홍상운 피디를 비롯한 주축 피디들을 피디수첩 밖으로 내보냈다. 시사교양국(시교국) 피디들은 3일 오전 시교국장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가투쟁을 포함한 집단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이번 인사를 이명박 정부와 피디수첩의 ‘함수관계’ 속에서 풀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 정권은 집권 초기 최대 위기를 부른 촛불시위의 ‘주범’으로 피디수첩(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을 지목하며 검찰까지 동원해 ‘항복’을 압박했다. 김 사장도 지난해 초 방송문화진흥회 면접(엄기영 전 사장 보궐임기)에서 ‘피디수첩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겠다’고 약속하며 문화방송 수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피디수첩의 기는 꺾이지 않았다. 피디수첩은 지난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을 고발한 ‘이 정부는 왜 나를 사찰했나’(6월29일)와 세 차례(4월20일, 6월8일, 10월12일)에 걸친 ‘검찰과 스폰서’ 편 및 ‘4대강 수심 6m의 비밀’(8월17일 방송보류 사태 후 일주일 만에 방송), 올 초 전파를 탄 ‘공정사회와 낙하산’(1월11일) 편으로 정부를 끊임없이 긴장시켰다. ‘민간인 사찰’을 제외한 세 편을 최승호 피디가 연출했다.

제작진 대거 교체만이 피디수첩을 근본적으로 ‘거세’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현 정부는 엠비시의 권력 비판 논조를 탈색시키는 마지노선으로 ‘피디수첩 무력화’를 꼽고 납득하기 힘든 인사로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피디가 최근 취재중이던 소망교회 비리 문제가 ‘교체의 촉매제’가 됐을 것이란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 피디는 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는 청와대와 정권의 의중이 개입됐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이라며 “그동안 피디수첩의 비판에 아무런 변화 노력을 보이지 않던 정부가 인사의 형태로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제작진 교체를 위해 내세운 기준은 ‘한 부서에서 1년 이상 일하면 바꾼다’는 인사원칙이었으나, ‘수사에 불과하다’는 게 시교국 피디들 생각이다. 새로 임명된 담당 팀장과 피디들 대부분은 피디수첩 제작 경험이 전무하거나 피디수첩 근무를 원치 않았다. 윤 국장은 김 사장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후배다.

최 피디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때도 ‘근무기간 1년’을 기준으로 제작진을 바꾸진 않았다”며 “급격한 제작진 교체가 더 이상 권력을 향해 피디수첩이 발언할 수 없는 상황을 낳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피디수첩 흔들기’가 교체의 진짜 이유란 사실은 이날 시교국 팀장들과 평피디들 간의 논쟁 속에서도 확인된다. 윤 국장은 항의하는 피디들에게 “피디수첩은 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밖에선 다 믿지 않는다”며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제작진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간부도 “피디수첩 프로그램에 노동운동·정치 편향성이 지나치고, 최 피디도 정치색이 있다”며 “제작진 교체를 통해 피디수첩의 과도한 정치색을 빼고 시교국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최 피디를 피디수첩에 복귀시키라’는 요구에도 윤 국장은 ‘수용 불가’를 분명히 했다.


최 피디는 인터뷰에서 “비판적 저널리즘을 용납하지 못하는 정권과 엠비시 경영진이 한국 사회의 언론 기능을 뿌리째 마비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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