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시사교양국 피디(PD)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시사교양국에서 최승호 피디를 ‘피디수첩’ 제작진에서 제외한 인사 발령에 항의하기 위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출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호 피디(뒷줄 맨 오른쪽)가 한쪽에 서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재철 측근’ 시사교양국장 “MB 깎아내리기” 반대
‘배치 희망’ 중견피디 대신 원치않는 피디 투입도
피디들, 9일 집단휴가 내고 국장신임·제작거부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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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최근 단행된 조직 및 인사 개편으로 피디수첩의 권력비판 목소리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짐’은 곧바로 가시화됐다.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6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 조찬기도회 사건’을 다루려던 제작진의 취재계획을 “해프닝을 방송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무산시켰다. 제작진은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3일)을 통해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묻겠다는 기획(‘생생 이슈’ 꼭지)을 추진중이었다. 윤 국장은 7일 오전 제작진의 항의 과정에서 “엠비(MB) 깎아내기로 볼 수 있다”고 답하며 ‘정권 눈치보기’란 의구심을 샀다. 그는 8일치 방송을 해당 꼭지만큼 시간(10분)을 줄여 내보내되, 대체 아이템 제작을 거부한 피디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징계를 막기 위해 다른 제작진들이 긴급 취재(로스쿨 졸업자 검사 임용 논란)로 공백을 메우며 이날 방송을 끝냈다.
시교국 피디들은 ‘생생 이슈 사태’를 피디수첩의 어두운 앞날을 예견케 하는 시작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날카로웠던 피디수첩의 탐사보도와 권력비판 기능이 무력화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은 ‘총체적으로 바뀐 인적 구성’에서 비롯된다. 문화방송이 2일 최승호 피디를 포함한 피디수첩 주축 제작진 6명(전체 11명)을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한 게 결정적이었다. 김재철 사장이 연임되자마자 임명한 윤 국장은 김 사장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후배다. 담당 부장은 피디수첩 제작 경험이 전무하고, 남아 있는 5명도 대부분 제작 기간이 1년에 못 미친다. 제작을 희망한 중견 피디들은 ‘피디수첩행’을 거부당한 반면, 새로 발령난 피디들은 피디수첩 제작을 원치 않았거나 제작 경험이 짧다. 문화방송 구성원들 사이에서 ‘대선·총선 대비와 정부·여당에 유리한 언론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눈엣가시 같은 피디수첩을 거세해 버린 인사’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교국 한 피디는 “축구팀의 실력은 선수로 평가된다. 축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이 감독을 맡았고, 박지성·박주영을 다 뺀 채 축구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다”며 “피디수첩에 경영진의 의중이 깊숙이 개입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미묘하고 논쟁적인 사안 자체를 다루지 않거나, ‘피디수첩 탈색’(3일 시교국 간부 발언)을 넘어 ‘변색’으로 귀결될 것이란 얘기다. 최승호 피디는 “김 사장 연임 후 피디수첩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며 “조직 내 최소한의 창의성까지 짓밟는 인사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사쪽은 피디수첩 진행자를 없애 ‘껄끄러운 멘트’가 나올 여지를 줄이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국 피디들은 7일 잇달아 연 총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10~11일 집단 연가(7~8일 계획 연기)를 내고 제작거부 찬반투표 및 윤 국장 신임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피디수첩 사태가 사쪽의 단체협약 해지와 지역사 통폐합 강행(청주·충주 및 강릉·삼척문화방송 노조는 겸임 사장 출근저지 투쟁 돌입) 및 인사평가 최하등급 강제할당 문제와 맞물리며 어떤 폭발력을 보일지도 관건이다. 사내 이슈로 비칠 수도 있는 나머지 사안들에 비해 프로그램 내용으로 직접 확인되는 피디수첩 사태는 가장 화력이 센 ‘뇌관’이다.
정영하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각각의 사안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얽혀 있어 한쪽에서 불이 붙으면 연쇄적으로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봄 프로그램 개편에선 라디오 진행자인 손석희(‘시선집중’)·김미화씨(‘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교체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진숙 문화방송 홍보국장은 “피디수첩 인사는 새 국장이 세운 ‘1년 순환근무 원칙’에 따랐을 뿐”이라며 “사안별로 공정보도 여부를 지적할 순 있지만 경영진의 인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시민단체, 조중동 방송 불매운동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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