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위키리크스 전문가’ 마르셀 로젠바흐 슈피겔 기자
과학적 보도 가치·필요성 부각
‘고발 전문 웹’ 등장 의미 전해
“좋은 자극제 되기에 충분해”
과학적 보도 가치·필요성 부각
‘고발 전문 웹’ 등장 의미 전해
“좋은 자극제 되기에 충분해”
‘폭로(혹은 고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해 5월 미국이 세계 각 나라와 주고받은 25만여건의 외교 전문을 공개하자 국내외 언론은 충격에 빠졌다. 권력에 대한 고발이라는 언론 고유의 기능을 일개 웹사이트한테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저널리즘에 대한 위키리크스의 도전,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기자로서 지난 수년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초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를 공동출간한 마르셀 로젠바흐(사진)의 결론은 이렇다. “위키리크스가 어떤 식으로든 전통적인 저널리즘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좋은 자극제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조심스레 저널리즘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지난 24일 오후 <한겨레>와 만난 그는 이런 결론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위키리크스의 변화를 소개했다. “2006년 위키리크스를 설립한 줄리언 어산지는 지난해 초까지 정보 공개의 원칙으로 ‘과학적 저널리즘’을 내세웠다. 입수한 모든 문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실험은 실패했고, 그때부터 위키리크스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medium)에서 벗어나 자신이 비판해온 미디어(media)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어산지의 과학적 저널리즘이란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근거가 되는 원문 그대로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방식이다. 정보의 진실 여부를 매체가 가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는 취지다.
위키리크스의 변화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국방·외교 문서 9만여건을 공개할 때 단적으로 드러났다. 위키리크스는 당시 독자적으로 인터넷에 모든 문서를 공개하는 대신 <슈피겔>과 영국의 <가디언>, 미국의 <뉴욕 타임스> 등 기존 언론과 손잡았다. “과학적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위키리크스는 모든 문서를 웹사이트에 올렸지만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정보를 스스로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기존 언론의 전문기자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위키리크스는 ‘슈피겔’ 등과의 토론을 통해 문서 조작 여부에 대한 검증, 보호해야 할 사람에 대한 익명 보도 등 기존 저널리즘의 원칙을 받아들여야 했다. 기존 언론의 도움이 없다면 위키리크스의 대중화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위키리크스가 기존 언론에 끼친 긍정적 영향도 강조했다. “위키리크스가 기존 언론을 비판하면서도 닮아온 것처럼, 언론은 위키리크스의 활약을 통해 탐사저널리즘의 필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미국 외교전문 및 아프간 전쟁 일지 공개는 어떤 언론에서도 해내지 못한 것이었다. 위키리크스가 그걸 해낸 것이다.” 그는 위키리크스와 저널리즘의 바람직한 관계는 ‘윈윈 모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로젠바흐는 독일 시사주간 <베를리너차이퉁>을 거쳐 2001년 <슈피겔>에 입사했다. 2006년까지 미디어를 담당했고, 지금은 독일 연방법무부를 출입하며 국가안보 이슈를 다루고 있다. 그는 26일 오전 <에스비에스>(SBS) 주최 ‘서울디지털포럼 2011’에서 ‘위키리크스 대 저널리즘’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글·사진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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