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협서 “10·26보선 등 일부 편파적” 개선 약속
PD “피디수첩 아이템 검열 계속” 노조 “지켜봐야”
PD “피디수첩 아이템 검열 계속” 노조 “지켜봐야”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9시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도 등이 편파적이었다는 노동조합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이 방송의 보도 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발언에 대해 문화방송 노조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시사교양국(시교국) 피디들은 ‘여전히 계속되는 피디수첩의 아이템 검열’을 들어 진정성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15일 문화방송 노보와 이 방송 구성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사장은 지난 3일 노사 공정방송협의회(공방협)에서 문화방송의 최근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관련 보도와 서울시장 선거 보도가 편파적이었다는 노조 지적에 대해 “그 이야기를 나도 일부 받아들인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이 대통령 사저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지난달 18일 <뉴스데스크>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다른 여러 매체는 이미 ‘불법 증여’나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을 제기한 상태였지만 <뉴스데스크>는 의혹이나 비판은 언급하지 않고 청와대의 해명만 보도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문제를) 인정한다”며 “뉴스든 <피디수첩>이든 점차 이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와 함께 내년 총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노사가 사전 공방협을 열어 보도의 방향 등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사장의 편파보도 시인 및 재발 방지 약속에 대해 노조는 “일단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보도국의 한 고참급 기자는 15일 “<뉴스데스크>의 편파보도가 워낙 노골적이었기 때문에 김 사장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김 사장은 공정보도 약속이 립서비스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피디수첩> 등을 제작하는 시사교양국에서는 김 사장의 공정보도 약속은 이미 깨졌다고 보고 있다. 공방협 1주일 뒤인 지난 10일에도 사쪽의 ‘아이템 검열’은 계속됐으며 그 때문에 이른바 ‘정권이 싫어할 만한’ 아이템을 취재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시교국의 한 피디는 “사장의 약속이 나온 뒤에도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다루거나, 한-미 에프티에이 관련 아이템의 제작을 막았다”며 “김 사장은 지난 10월31일 시교국 피디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피디수첩 아이템 검열 문제 등에 대해 ‘일부 인정한다’는 태도를 취했지만, 그 뒤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윤길용 시교국장은 15일 “한-미 에프티에이 아이템은 방송이 나가기 전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있어 제작을 허락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진숙 아이템에 대해선 “<피디수첩>은 최근 한달여 동안 5건의 노동 관련 아이템을 다뤘다”며 “너무 노동 분야에 편중되는 문제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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