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 전 방통위 부위원장
임기 마친 김충식 전 방통위 부위원장
낙하산 내려 편파방송 끊는 고리
박대통령 대선공약 결국 안지켜
보수정권서 내부 절충문화 사라져
방통위 종편4개 승인 ‘범죄적 행정’
재승인 심사 엄정했다면 2곳은 탈락
3기 방통위 위상 더 약화될 듯싶다
낙하산 내려 편파방송 끊는 고리
박대통령 대선공약 결국 안지켜
보수정권서 내부 절충문화 사라져
방통위 종편4개 승인 ‘범죄적 행정’
재승인 심사 엄정했다면 2곳은 탈락
3기 방통위 위상 더 약화될 듯싶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여야 공통의 과제였습니다. 이치도 간단합니다. 공영방송이 어느 정권이나 정당의 방송이 아니도록 하면 됩니다.”
25일 2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끝났다.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3년 임기를 마치고 이임식을 앞둔 김충식 전 방통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김 전 부위원장은 “통신 분야에서는 일을 많이 했지만 방송 분야에서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청와대와 여당 뜻대로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사장을 결정하고, 그렇게 뽑힌 사장은 편파 방송으로 ‘보은’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게 핵심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거의 유일한 언론 관련 대선 공약이지만, 지난 1년 동안 새누리당의 철저한 외면으로 손톱만큼의 진전도 없었다. 지난달에는 방송사에 ‘사용자·종사자 동수 편성위원회’를 설치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으나,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소유한 보수 신문들이 반발하자 여당이 다시 약속을 뒤집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새누리당, 청와대, 민주당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한국방송 사장 선출을 이사회의 과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하자(특별다수제)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그 정도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여야 공통의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여당이니까 못 받겠다’는 식의 판단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서 합의 정신이 사라진 것도 문제라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방송위원회에서는 야당 쪽 주장이라도 논리가 맞으면 합의하고 절충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보수 정권 들어서는 합의보다는 ‘싸워서 이기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한다.
2기 방통위는 조선·중앙·동아일보 종편을 재승인해 극우·보수 일변도의 방송 환경을 보호하고 연장하는 역할을 끝까지 수행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방통위가 애초 4개나 되는 종편을 승인해준 것부터가 “범죄적 행정”이라고 비판했고, 종편 3사 재승인(<엠비엔>은 11월에 재승인 심사)을 결정한 19일 전체회의에서도 이 말을 반복했다. 그는 “엄정하게 판단했다면 두 곳 정도는 떨어져야 하는데, 결국 ‘시장이 알아서 정리하라’는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종편 재승인 심사 기준에 대해 ‘아차’ 싶은 대목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준안에 “14명의 심사위원은 방통위원장과 심사위원장이 협의해 결정한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상임위원들 의견이 반영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반면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위원장에게 일임된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입장을 근거로 14명 중 7명을 외부 기관에 의뢰해 선정하도록 했는데, “심사위원 절반을 보수 정권에 동조하는 사람들로 채우는” 방편이 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7명도 3명을 빼고는 여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추천했다.
‘엎질러진 물’이 된 종편 재승인과 관련해 김 전 부위원장은 “이미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종편이 보수 일변도의 목소리만 내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3기 방통위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판사 출신인 최성준 후보자가 이끌게 된다. 이에 대해 김 전 부위원장은 “방통위의 위상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핵심 부처인데, 정치권에서는 ‘방통위가 미래부에 별 도움을 못 주고 있다’, ‘미래부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식의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방통위를 시비를 걸지 않는, 작은 규제 기관으로 만들려는 뜻이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동아일보> 기자·논설위원 출신인 김 전 부위원장은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오기 전까지 교편을 잡았던 가천대 교수로 돌아간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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