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IPTV의 케이블 합병, 지역성·공공성 담보돼야

등록 2015-12-07 20:30

한국언론학회는 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 플랫폼 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언론학회는 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 플랫폼 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SKT의 CJ헬로비전 인수 전제조건

통신자본이 이례적으로 방송자본을 흡수하는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가 신청서가 지난 1일 정부에 제출됨에 따라 방송시장에 큰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미디어산업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방송의 공공성·지역성·다양성 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 플랫폼 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인수합병을 둘러싼 규제당국의 정책적 고려사항 등에 대해 토론했다.

통신재벌의 방송 흡수 이례적
합병심사에 공익성 평가 필요
독과점으로 이용료 인상도 우려
지역채널 운영은 제3자에게
SKT “위기의 방송시장 활력될 것”

■ 지역성 보장 1990년대 출범한 유선케이블방송은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이 어려운 지역에서 공공성과 지역성 보장이라는 책무가 부여되어 왔다. 방송의 지역성 보장은 방송이 지역분권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보호, 지역 경제발전 등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씨제이헬로비전 등 케이블방송들은 권역별로 지역채널을 보유해 지역의 뉴스와 정보 등 지역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어서 같은 유료방송이라도 통신사가 운영하는 전국 단위의 인터넷방송(아이피티브이·IPTV)과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실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이번 인수합병은 우리 방송시장에 유례가 없는 것으로 매체의 기능과 공공성, 지역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거대 재벌이 지역채널의 총선 관련 보도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매체별로 역할과 규제 체계가 있는데 케이블티브이가 갖고 있던 공적 역할을 어떻게 재분배해야 하는지, 과연 아이피티브이가 그 역할을 받을 수 있는지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망을 가진 사업자가 유사보도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3자에게 보도 기능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준희 언론학 박사(중앙대 강사)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씨제이헬로비전의 지역정보채널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은 지역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지역뉴스 펀드를 통해 지역 언론사 등과 연합체를 이뤄 공정한 지역뉴스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익성 심사제 케이블티브이 전체 가입자 수는 9월 말 기준으로 약 1454만이다. 2012년 말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선언했지만 디지털 전환율은 51%에 그치고 있다. 통신사들의 모바일·초고속인터넷·아이피티브이 등 결합상품을 앞세운 저가 공세 전략은 케이블 가입자들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휴대폰을 바꾸면 아이피티브이를 공짜로 주는 식이다. 2년 약정 등을 걸어 쉽게 옮겨갈 수도 없는 구조여서 시청자의 후생이 보장되지 못한다.

두번째로 발표를 한 황근 선문대 교수는 사업자들 논리로 인수합병 문제를 정리하면 아전인수 격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법적 절차나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이번 인수합병이 문제가 없지만 이동통신과 케이블티브이 내 1위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정량적 평가가 아닌 방송의 공익성 같은 정성적 평가가 들어간 심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업 인수합병에선 공익성 심사가 있지만 정치·문화적 속성이 강한 방송사업자 인수합병엔 정작 이런 제도가 없다는 점도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방송사 인수합병 규제에 대해 공익성 등의 가치 평가 기준을 많이 적용한다.

토론에선 심사과정에서 검토되어야 할 체크리스트도 나왔다.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방송산업은 정량적 지표 외에 공공성, 지역성, 다양성, 시청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결합상품 위주의 통신사업자가 과연 방송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의문인데 아이피티브이로 가입자를 전환하려는 유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수합병 주체인 에스케이텔레콤의 이상헌 시아르(CR)전략실장은 “5년간 5조를 투자하여 방송콘텐츠 품질 혁신,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위기상황의 방송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피력했다.

이용자를 대변해 참석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독과점에 따른 이용가격 인상을 우려했다. 그는 “현재 방송산업은 공공성과 다양성을 구현하는 사업자의 승리가 아니라 규모가 큰 사업자가 독식하는 구조이다. 규모는 확대되지만 실질적으로 이용자에게 제대로 된 후생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현행법의 규제 공백을 틈타 당국이 왜곡된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글·사진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수사 계속할 이유 없어” 1.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수사 계속할 이유 없어”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2.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검찰, 윤석열 구속연장 불허에 당혹…연장 재신청·기소 모두 검토 3.

검찰, 윤석열 구속연장 불허에 당혹…연장 재신청·기소 모두 검토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4.

귀국한 전광훈 “체포하려면 한번 해봐라…특임전도사 잘 몰라”

법조계,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 “굉장히 이례적” “이해 안돼” 5.

법조계, 윤석열 구속 연장 불허 “굉장히 이례적” “이해 안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