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방송 길들이기’ 논란을 벌이던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이 결국 강행처리됐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정성 심의 위반 때 감점을 강화하는 내용의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 규칙은 다음달 1일 방송분부터 적용된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행정예고 뒤 의견을 검토한 뒤 이날 수정안을 통해 공정성·객관성·재난방송·선거방송 심의규정의 동일 항목을 3회 이상 반복 위반할 경우, 방송평가에서 감점수준이 2배로 강화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번 평가규칙 개정이 방송의 공적책임 제고, 막말·편파방송 지양을 통한 프로그램 품격 향상, 사회적 기여 프로그램 편성확대 등 방송법상의 공정성·공익성 가치 구현과 방송편성의 다양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선거방송 길들이기 악용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방송평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오보·막말·선정 방송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전체적으로 동의한다. 이 중에 독소사항, 선거보도에 대한 심의결과에 대해 벌점 2배 강화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결단코 민주주의 침해라고 생각한다”며 “방송평기위원들 7명 가운데 6명이 반대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학계와 전문가 단체의 다수 의견이어서 안건 상정 자체를 반대했는데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다수결을 통해 의결안건에 상정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며 의결을 거부하고 퇴장했다.
고삼석 상임위원도 “논의의 절차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일부 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안건을 강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반대 의견에 대해 숙려할 수 있지 않나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방송평가규칙은 연말까지 개정해서 그 다음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적용되는 게 원칙이다. 2016년 방송에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적용되어야 한다”며 개정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결국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 3인이 찬성한 3대 1의 표결로 방송평가 규칙 개정을 의결,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조는 21일 성명을 내어 “방송 종사자와 전문가, 시청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려는 의도는 무엇이냐”며 “정부여당 선거돕기에 나설 뜻으로 개악 강행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