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8월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세월호 보도 참사’를 현장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하며 최기화 당시 기획국장(오른쪽·현 보도국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xogud555@hani.co.kr
현장에서
16일 오후 6시께 최기화 <문화방송>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날 최 보도국장이 취재차 전화를 건 <미디어오늘>기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보도와 대화 전문을 본 뒤, 당사자에게 확인 취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다. “<한겨레>최원형 기자입니다”라고 밝히자마자 욕설이 들려왔다. “야, 이 새끼들아. 전화 좀 하지 마라. 니네는 니네 국장한테도 이렇게 전화하나?” 뭐라 대꾸를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최 보도국장은 ‘일개’ 현장 기자가 공영방송사의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결례라고 여겼는지 모르겠으나, 같은 기자로서 이해할 수 없다. 기자는 취재할 때 그런 ‘격’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다가는 오히려 사실과 진실 확인의 직업 윤리를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독 문화방송에만 ‘부이사관급은 차장급 기자가, 이사관급은 부장급 기자가, 장관급은 부국장급 기자가 취재하라’ 따위의 지침이 있을 리도 없다. 물론 ‘높으신’ 분들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며 일방적으로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기자에게 욕을 하진 않는다.
더 기막힌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잠시 뒤 전화를 걸어온 최 보도국장은 “내 번호를 누구에게서 얻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한 뒤 다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까봐 전화 대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저한테 욕하신 걸 먼저 사과하시는 게 순리 아닙니까?” 곧바로 답장이 왔다. “당당한 한○○(인터넷상에서 한겨레를 비하할 때 자주 쓰이는 말)가 뭐가 꿀리나?” 기자가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사과하시죠”라고 다시 문자를 보내자 “당신 국장부터 나한테 전화해서 그동안의 결례를 사과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라고 답이 왔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하다보니 제호나 사명을 욕설처럼 비튼 별명이 언론사마다 붙어 있다. 그 속에 담긴 혐오와 비하의 뜻이 지나치기에, 언론인들 스스로는 웬만해선 입에 올리지 않는다. 특히 다른 언론사 동료한테 대고 그런 표현을 쓰는 건 상식 밖이다. 그가 이처럼 상식의 선을 넘어선 것은, 권위주의를 몸소 시전하려다 벌어진 일이 아닐까 한다.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는 언론은 권위의 장막 뒤에 가려진 진실을 절대로 밝혀낼 수 없다. ‘어디 감히 평기자가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하냐’는 식으로 권위주의를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자기가 속한 조직에는 ‘권위에 도전해서 진실을 밝혀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렇게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외부 매체의 취재에 되레 욕설이나 혐오 발언으로 ‘과잉 대응’하는 것은 아닐까?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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