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한국방송학회 총선보도 전수조사
지상파 3사·종편 4사 987건 보도
종편 4사가 지상파에 비해 3~4배
후보 정책·능력·도덕성 소재 9%뿐
새누리 취재원이 더민주의 ‘갑절’
TV조선·채널A ‘여당 긍정적’ 많아
‘주장 프레임’ 질적 편파까지 불러
지상파 3사·종편 4사 987건 보도
종편 4사가 지상파에 비해 3~4배
후보 정책·능력·도덕성 소재 9%뿐
새누리 취재원이 더민주의 ‘갑절’
TV조선·채널A ‘여당 긍정적’ 많아
‘주장 프레임’ 질적 편파까지 불러
4·13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종편) 메인뉴스의 총선 보도들이 집권여당에 쏠렸고, 소수정당이나 유권자인 시민의 목소리는 극소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방송학회 산하 ‘방송저널리즘연구회’ 등은 지난 1일 연세대에서 ‘20대 총선보도 중간점검 학술 세미나’를 열어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메인 뉴스 7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3월2일부터 22일까지 선거 보도에 대해 전수조사 방식으로 보도량, 보도 소재, 취재원 인용, 보도 프레임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총선보도감시연대 등 언론단체와 현업 종사자들은 지속적으로 선거보도 모니터를 해왔지만 언론학자들이 참여해 선거 중간에 평가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7개 프로그램의 선거 관련 기사는 이 기간 동안 모두 987건으로 집계됐다. 종편은 선거 보도에서 지상파에 비해 3~4배 많은 기사를 내보낸 것으로 분석됐다. 엠비엔 <뉴스8>이 226건으로 가장 많고, 한국방송의 <뉴스9>가 59건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티비시 <뉴스룸>은 159건으로 종편 가운데 가장 적었다. 선거 관련 보도건수는 그날의 이슈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으나 종편의 지나치게 많은 보도량은 여권 띄워주기 의혹 속에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대로 한국방송처럼 적은 보도는 언론의 침묵 속에 유권자가 정확한 선거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 자칫 무관심과 정치 냉소주의를 이끌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표 발표를 한 이종혁 경희대 교수는 선거보도 주요 소재가 ‘정당’이 단연 1위로 전체 987건 가운데 769건(77.9%)에 달했다며 “소재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천 과정에서 계파 다툼으로 정당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더라도 투표를 앞둔 유권자의 관심인 후보에 대한 정책·능력·도덕성·이미지에 대한 소재는 모두 합쳐 9%에 그쳤다는 것이다. 또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 분석한 기사는 전체의 5.37%뿐이고 후보의 발언·공약을 검증한 보도도 5.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보도의 전체 기사에서 인용된 취재원은 모두 1991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 및 관계자가 4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더불어민주당(26.0%), 국민의당(19.4%) 차례로 취재원을 방송에 등장시켰으며, 정의당(0.3%) 등 소수당이나 무소속 후보 그리고 일반 시민을 인용한 경우는 극소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양성과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치캠페인 수사의 전략으로 ‘주장, 방어, 공격, 피격’ 등으로 분류한 보도 프레임에서 7개 프로그램은 모든 당에 대해 공격 프레임을 주로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티브이조선 <뉴스쇼 판>과 채널에이 <종합뉴스>는 새누리당에 대해 주장과 방어 프레임을 상대적으로 많이 선택하고 공격 프레임은 현저하게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두 프로그램이 특별히 여당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많이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양적 편파뿐 아니라 질적 편파로 지적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목했다.
공정 보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인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성이나 제작 자율성 보장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다. 공정성 등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심영섭 선거방송심의위원은 “1990년대는 공정성이나 형평성 개념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뭐가 공정성인지 반론에 답을 찾을 수 없다. 학계가 이 논의를 다시 시도해 왜 공정하지 않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정일권 광운대 교수는 “방송사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공정성 하위구조를 만들어야 정치기사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