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사쪽, <대통령의 7시간> 다큐 제작 등이 징계 사유…노조 “납득할 수 없다” 반발
부당해고 → 대법원의 해고 무효판결 → 복직 1개월 만에 6개월 정직 재징계 → 복귀 뒤 다시 6개월 정직.
<문화방송>(MBC) 이상호 기자의 수난사이다. 이번 6개월 정직이 중징계임에도 그나마 해고하려다 총선 결과를 의식해 수위를 낮췄다는 뒷말까지 나와 내부에선 더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문화방송은 지난 25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기자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2일 통보했다. 통상적으로 인사위 결과는 그날 또는 이튿날 발표하는데, 일주일씩이나 시간을 끄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쪽이 징계 수위 결과를 놓고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대목이다.
이상호 기자는 지난 2013년 해고 뒤 대법의 무효판결로 지난해 7월 복직했지만, 겨우 한 달 만에 정직 6개월의 재징계로 방송사를 못나오다 지난 2월 복귀 뒤 석 달 만에 또 다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게 됐다. 징계의 사유는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구조 실패 책임을 묻는 내용의 <대통령의 7시간> 다큐멘터리 제작과 방송사를 비방하는 에스엔에스 활동 등으로 알려졌다.
사쪽은 이 기자에 대해 “회사가 부여한 자신의 위치와 자격을 망각한 채 구성원의 결속력을 저해하는 이상호와 같은 어떤 유형의 발언과 돌발행동에도 당당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지난달 모욕죄 소송에서 항소심에서도 패소하자 게시판을 통해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이 기자에 대한 징계 수위는 애초 ‘해고’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다큐가 계속 문화방송 기자 이름으로 제작되면 결국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에 해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징계 수위가 바뀐 것은 총선 결과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에 대한 징계건으로 인사위원회는 지난 3월에 처음 열렸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영진이 한달 넘게 끌다 여소야대의 총선 결과를 놓고 여론과 청와대 눈치를 보며 진퇴양난 속에 고육책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화방송 기자협회는 3일 성명을 내어 “징계는 답해야 할 자를 대신한 문화방송의 응답이고 충성이었다. 문화방송이 어디를 바라보는지 확인시켜 주었으며 ‘묻는 자가 문화방송에 설 자리는 없다’는 현실을 또한 알게 하였다”고 비판했다.
문화방송 노조도 납득할 수 없는 징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능희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기본과 원칙에 따라 대응했다고 하는데 세월호 특조위에서 안광한 사장 등에게 발부한 동행명령장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당당히 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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