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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김영란법, 언론계 낡은 관행 바뀔까?

등록 2016-09-08 16:59수정 2016-09-08 20:36

기자협회, 법 시행 앞두고 첫 설명회

음성적 협찬·홍보성 기사 집중 논의
정당한 계약 체결·내부 규정 따라야
기사와 광고비 바꿔먹는 관행 줄 것
언론-광고주의 담합 땐 개선 어려워
언론계 내부 ‘부익부 빈익빈’도 우려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설명회는 150여명의 언론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설명회는 150여명의 언론계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언론사까지 대상으로 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와, 언론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3만원 이상의 식사 접대, 5만원 이상의 선물 금지’ 등 주로 취재 관행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점차 기사를 빌미로 삼은 광고·협찬 영업 등 언론사 낡은 관행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오전 한국기자협회는 ‘김영란법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기업, 공공기관들이 청탁금지법 관련 설명회를 열어왔으나, 언론 분야의 설명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기업·공공기관으로부터 협찬을 받는 문제, 홍보성 기사를 싣고 광고비를 받는 문제, 출입처를 통해 신문 판촉 등을 하는 문제 등 언론사 경영과 연관된 낡은 관행들이 주로 논의됐다.

기자협회 자문위원장으로서 발표에 나선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전 법무연수원장)는 청탁금지법을 풀이하는 열쇳말로 “사회상규”(상식), “공개적인지 여부”, “내부 규정과 절차”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언론사마다 사업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대체로 이 기준을 적용해 따져보면 법 위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언론사가 포럼을 열면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자체들에 협찬을 요청하는 것은 법 위반일까? 이에 대해 소 교수는 “만약 해당 언론사가 포럼 개최를 내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업계획에 반영해놓고 이사회 등의 의사결정을 거쳤다면, 그리고 협찬의 내용과 범위에 대해 상대방과 정당한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면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내부 규정과 절차 없이 임의로 포럼을 연다거나, 협찬의 내용과 범위가 불투명하다거나, 기업의 약점을 잡고 협찬이나 광고비를 요구하는 등 세 가지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법 위반이 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신문사들이 많이 하고 있는 ‘부수 확장’ 캠페인도 마찬가지라 했다. 기자가 개인적 차원으로 출입처에 신문 판매를 요청하는 경우는 법 위반이 되겠지만, 언론사에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기획한 캠페인에 따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요청한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풀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언론사가 이른바 ‘홍보성 기사’를 통해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관행에 대한 판단이다. 그동안 언론사가 기업들에 유리한 보도를 해주고 그 대가로 광고비를 받는 관행이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정부 부처 역시 홍보용역 등의 통로로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는 대신 기획기사를 생산하게 하는 행태를 보여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소 교수는 “‘어떤 내용을 지면에 어떻게 싣는 대신 광고비를 얼마 받는다’는 식의 정당한 광고 계약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사의 보도 행위는 계약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그 계약은 기사가 아닌 ‘기사형’ 광고에 대한 것이 되며, 당연히 독자들에게도 기사가 아닌 광고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판단에 기댄다면, 청탁금지법 시행은 앞으로 언론계에 만연한 ‘음성적 협찬’과 ‘홍보성 기사’를 줄이는 구실을 할 수 있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정당한 계약은 객관적이고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데, 판매 부수나 영향력이 큰 매체들이 그렇지 못한 매체들보다 거래 대상자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 교수는 “언론계 내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 언론사와 달리 언론사가 만든 자회사는 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사가 자회사를 통해 음성적 협찬이나 홍보성 기사 등 낡은 관행을 이어갈 우려도 있다.

청탁금지법이 언론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기업을 상대로 기사와 광고비를 바꿔먹는 관행 등이 대폭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투명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기존 대형 매체사와 광고주 사이의 낡은 담합이 지속된다면, 법 시행에 따른 시장 개선 효과가 기대만큼 없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28일 법 시행을 앞두고 언론사들은 자체적으로 내부 기준을 만들거나 설명회를 여는 등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가 언론사·학교 직종을 대상으로 한 매뉴얼을 내어,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원형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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