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주 사진작가 꿈꾸는 사회초년생 채유씨
한겨레 새주주 채유씨.
입시공부 대신 ‘한겨레’ 보며 스크랩
인디밴드하며 공연예술 기록 ‘결심’ 올 졸업 선물로 ‘한겨레’ 주식 받아
지하철 타면 휴대폰 대신 ‘한겨레21’
“세상 바꿀 수 있는 작사도 하고파” 고1이 되는 순간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학원을 끊었다. 한 반에서 앞자리 5명 정도만 수업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뒷자리에서 책이나 <한겨레21>을 읽었다. “어려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공부 빼고는 다 흥미로웠죠.” 초등 3학년 때는 집에 배달되는 <한겨레> 사회면을 읽고 노트에 ‘사건 파일’을 만들었다. 스포츠면을 읽고 ‘축구 분석’도 했다. 역시 ‘초딩’ 때 “살고 있던 경기 고양시 일산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서울 홍대나 인사동, 종로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 수색역에서 내려 동네를 구경한 적이 있어요. 허름한 집에 골목길도 있고 촌스러운 간판까지, 마음에 들었죠. 고교생이 된 뒤 가보니 다 헐리고 재개발을 하고 있더라고요. 출입제한 지역을 몰래 들어가 사진을 찍었어요.” 고3 때 수색을 포함해 서울 아현동이나 염리동 등 재개발이 진행 중인 동네 사진을 찍고 글을 달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리기도 했다. “사진, 음악이나 글이든 주로 예술 쪽으로 나중에 기록이 될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 꿈은 공연 전문 사진작가다. “중학생 때부터 인디 밴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중·고교 땐 취미로 만난 사람끼리 밴드 활동도 했죠. 전 베이스 기타를 쳤죠.” 지금 일하는 곳도 밴드 공연이 많은 홍대 근처다. 쉬는 날엔 주로 공연을 보러 다닌다.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사회로 나간 이유는 분명했다. “아시는 분들이 그래요. 대학을 가도 좋지만 (좋은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선) 현장을 많이 뛰어보고 많이 찍는 게 중요하다고요. 열심히 해서 제 사진이 좋아지면 어딘가에서 연락이 온다고요.” 고교 졸업 뒤까지 부모님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기자와 만난 날 그의 손엔 부모님에게 줄 작은 선물이 들려 있었다. “오늘이 부모님 결혼 기념일이에요. 제가 늦둥이여서 부모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은퇴 뒤에 시골에 집을 마련해 여유롭게 사시면 좋겠어요.” 출퇴근 땐 주로 <한겨레21>을 읽는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에라도 의식적으로 휴대폰 사용을 자제합니다. 휴대폰에서 볼 수 있는 기사들은 자극적이고 별로 영양가가 없어요. 단어도 다양하지 않고 쉽게 서술하거든요. 책이나 신문은 서술 방식이 다양하고 아이디어가 많아요. 글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는 “글을 안 보면 글을 안 쓰게 된다”고 했다. 그에게 종이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행위는 자신의 글 쓰기를 위한 필수 예비 행위다.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가사 10개 쓰기입니다. 세상을 바꿀 만한 그런 노래 가사를 쓰고 싶어요.” 지난 연말 이후 광화문 촛불시위에 딱 두번 빠졌다. 대부분 홀로 참석했다. 2차 촛불 땐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을 때리려는 어른에게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젊은 학생들이 제 의견에 동조해주더라고요. 뿌듯했어요.” 친구들과 토론하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험치가 비슷한 또래이지만 소통이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보는 게 적어서 그런 것 같아요. 보는 게 적으니 (남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한겨레> 기사를 물었더니 24일치 한겨레 1면이란다. “사진이 1면에 꽉 차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글귀가 있었죠. 눈길을 끌더군요.” 한겨레에 바라는 바를 묻자 이런 말을 했다. “인디 쪽 음악인들 인터뷰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일반인이든 예술가든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더 조명해줬으면 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