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3일 김장겸 엠비시(MBC) 당시 보도본부장이 문화방송 사장 후보자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위원회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이 결국 해임됐습니다. 그가 사장 자리에 오른 지 8개월, 문화방송 총파업 돌입 71일 만입니다. 김 사장의 원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였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는 김 사장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방송 공정성 훼손과 노조 탄압에 앞장섰다며 퇴진을 요구해왔습니다. 지난 9월에는 고용노동부가 문화방송 특별근로감독 결과 김 사장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도 했습니다. 김 사장이 공영방송 사장에서 해임된 것과 무관하게, 법적 심판은 남아있는 셈입니다.
김 사장은 최근 ‘내가 해임될 이유가 없다’고 소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퇴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노조 파업이 “새 정권(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부추김에서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김 사장은 또 “이렇게 (사장 해임안이) 무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단지 공영방송 엠비시의 현 사장을 강제로 해임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세우기 위해 구실을 갖다 붙이기 때문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등을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입장입니다. 김 사장의 입장은 대체로 자유한국당과 같았습니다. 이미 지난 2월 방문진 다수 이사진이 문화방송 안팎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을 때, 박근혜 청와대와 자유한국당 쪽이 탄핵을 앞두고 문화방송 사장을 ‘알박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김 사장은 ‘취임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는 신임 사장이 무슨 책임이 있느냐’며 해임 사유가 되는 각종 지표는 모두 자신의 사장 취임 전에 이뤄진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그는 정말 지금 엠비시 사태에 책임이 작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겨레,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피디저널, 기자협회보 등의 기사와 문화방송 입장문, 기자회 특보,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보고서·성명 등을 모아, ‘2011~2017 김장겸 타임라인’을 만들어봤습니다. 김 사장은 정치부장→보도국장→보도본부장→사장으로 승진하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 문화방송 브라운관 뒤에서 뉴스 보도를 지휘했습니다. 그가 주요 이력을 쌓아올리는 동안 문화방송 뉴스는 계속 망가졌습니다. 그가 ‘성공’할수록 엠비시는 ‘추락’한 것입니다. 그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엠비시 뉴스는 뭐 이래’ 싶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장겸 프로필
2011. 02 MBC 정치부장
2013. 05 MBC 보도국장
2015. 02 MBC 보도본부장
2017. 02 MBC 대표이사 사장
1987. 12 MBC 입사(취재 기자)
김장겸 타임라인
△2011년 2월~2013년 5월 정치부장 시절
인사 검증 보도 누락·실종 논란
문화방송 뉴스데스크는 2011년 5월23~26일 4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도를 모두 누락했다. 5월27일 보다 못한 박성호 당시 문화방송 기자회장이 문철호 보도국장을 찾아가 “인사검증 보도가 실종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하자, 문 보도국장은 “(김장겸) 정치부장이
문제될 만한 이슈가 없다고 발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보도 논란
2011년 10월8일 시사인·시사저널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와 관련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편법 증여 의혹 등을 제기하는 특종 보도를 내놓자, 이튿날 청와대는 곧바로 해명 브리핑을 했다. 10월10일 문화방송은 의혹 제기 부분을 아예 빼고 ‘대통령이 내곡동에 사저를 짓기로 했다’고 동정 소식처럼 전했다. 10월11일 오전 국회 출입 기자가 이날 열리는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사저 의혹에 대한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고 기사를 발제하자, 김장겸 정치부장은
“(보도)할 필요 없다. 나는 청와대의 해명이 이해가 간다”고 답했다.
2012년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보도 누락 논란
2012년 3월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사찰 관련자들을 청와대가 직접 관리했고, 이 사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됐다”고 폭로했다.
엠비시 뉴스데스크는 지상파 방송 3사 메인 뉴스 가운데 유일하게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 날 정오 뉴스에서 3줄짜리 단신으로 전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은 연예인으로 확대돼, 청와대·국정원·경찰 등이 김제동·김미화 씨를 사찰한 정황까지 나왔다. 하지만 뉴스데스크는 이런 뉴스를 전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시작된 지난 8월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조합원들이 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며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012년 4·11 총선 편파 보도 논란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이 일자 뉴스데스크는 해당 논란을 5일 연속 보도했다. 반면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의 경우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웃고 악수하고 손 흔들고 지지자로부터 꽃을 받는 긍정적인 장면이 자주 나온 반면,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혼자 걸어가는 장면, 악수를 하다 말고 빠져나가는 모습 등 소위 NG컷이 자주 등장했다.
노조, ‘공정보도 파괴 주역 2인’으로 김장겸 정치부장 등 꼽아
2012년 3월, 파업 중인 노조는 김장겸 정치부장에 대해 “파업의 배후이고 원흉”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장겸 정치부장이 “MB 정권 들어 사건팀장과 국제팀장, 네트워크부장, 사회1부장, 생활과학부장 그리고 정치부장까지 무려 6개의 부장 자리를 거쳐 왔다. MBC 50년 역사에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이적인 기록”이라고 했다. 노조는 또
“김 부장의 ‘부장 이력’은 MBC의 ‘편파·불공정 방송 역사’”라며, 김 부장이 문화방송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평가했다. ‘엠비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은 “정치 문제는 특정 정파나 정당에 편향되지 않도록 공평하게 다룬다”, “찬반 양론이 있을 경우, 취재 제작진은 대립되는 양측의 주장을 단순히 열거하는데 그치기보다는 각 측이 왜 그런 주장을 하고 있으며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취재하고 전달”하도록 되어 있다.
노조는 170일 파업을 중단하던 2012년 7월에도
‘불공정 보도 문책 받았어야 할 7인’ 가운데 한 명으로 김장겸 정치부장을 꼽으면서, “
김 부장의 대단히 위험하고도 편협한 뉴스 관이 불공정 편파 보도 논란을 수시로 가져오는 근본 원인인 점은 보도부문 조합원들 사이에는 더 이상 비밀일 수 없는 공지의 사항이다. (…)
결코 ‘보수 성향’이란 표현으로 분류할 수 없는 그의 비합리적 사리 판단과 일 처리는 많은 구성원들의 반발과 우려에 부딪힌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2012년 18대 대선 편파 보도 논란
12월3일 안철수 후보 캠프 해단식에 국민 관심이 쏠렸지만, 뉴스데스크는 방송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박근혜 후보의 빈소 방문을 톱으로 보도했다. 또
취재 기자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안철수 후보 육성을 기사에 포함시켰으나, 데스크와 부장이 해당 부분을 뺀 것으로 알려진다. 12월6일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 선언한 소식을 전하는 리포트의 경우, 모든 방송사가 톱으로 배치했지만 엠비시는 1~7번째 꼭지 11분가량 동안 한파 소식을 전한 뒤 8번째로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다. 대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안철수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단독 보도한 뉴스데스크가 선거방송 심의 규정상 공정성·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고’ 제재를 내리기도 했다.
△2013년 5월~2015년 2월 보도국장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사건 보도 논란
김장겸 보도국장이 취임한 2013년 5월 하순에,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했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으며, 경찰이 이에 대한 수사를 조작했다는 혐의였다. 노조 민실위는 김장겸 신임 보도국장 취임 뒤 한달 동안(5월23일~6월21일) <에스비에스>의 <8뉴스>와 견줘서 비교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보면 엠비시는 에스비에스에 견줘 보도량이 적고, 리포트 순서도 후순위로 배치했다. 엠비시는 대신 사건·사고 기사를 같은 기간 에스비에스 56건보다 2배 가량 많은 102건을 보도했다. 또 국민 수산물로 등극한 오징어, 멧돼지와 진돗개의 혈투, 물속 폭군 외래어종 배스 등 동물 뉴스가 늘었다.
(▶관련 기사: 국정원 대신 ‘메뚜기·오징어’, 동물의 왕국 MBC?)
보도국장실에 취재 간 MBC 출입기자를 무단침입으로 형사고소
2013년 6월24일 미디어 전문 매체 <미디어오늘>에서 엠비시를 담당(출입)하는 조아무개 기자가 서울 여의도 엠비시 5층 보도국장실을 찾았다. 노조가 낸 보고서에 대한 김장겸 보도국장의 의견을 묻고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조 기자가 소속과 이름을 밝히자 김장겸 보도국장은 “어디를 들어오냐”, “경비를 부르겠다”고 말했고, 조 기자는 다른 직원에 의해 보도국장실에서 끌려나왔다. 조 기자가 보도국장실에 머무른 시간은 총 73초 가량이었다. 그런데 엠비시는 조 기자를 현주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두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하고 ‘퇴거불응’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 기소했고, 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이는 언론사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초유의 사례로, 문화방송 안팎에서 크게 비판받았다.
(▶관련 기사: MBC, 본사 기자 ‘무단침입’으로 고소)
기자 등급 분류한 ‘MBC판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관여 논란
문화방송 노조는 2017년 8월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 ‘요주의 인물 성향’이란 제목의 문건 2건을 입수해 폭로했다. 해당 문건들은 2013년 7월6일 작성돼 2014년 2월16일까지 수정됐다. 내용은 카메라기자 전원을 대상으로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노동조합과의 관계,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을 기준으로 개별 성향·등급을 분류한 것으로, 각종 인사 평가와 인력 배치에 실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장겸 보도국장 재임 시기와 겹친다. 노조의 기자회견 뒤 문화방송은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 보도본부 간부 그 누구도 본 적도 없는 문건”이라는 해명 자료를 냈다.
(▶관련 기사: 기자 등급 분류·요주의 인물…MBC판 ‘블랙리스트’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과, 시민·언론단체들이 2015년 1월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세월호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효실 기자
세월호 유가족 폄훼 발언 논란
2014년 세월호 참사 열흘째인 4월25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은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에게 “밤새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묻는다. 전날인 24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 차려진 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면담이 저녁께 시작돼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이어졌다. 박상후 전국부장은 팽목항 상황을 보고하면서 “장관이 아줌마들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상황으로 누그러졌다”면서도 “분위기는 따귀도 맞고 험악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면 돌 던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원 구조’ 오보에서 시작해 사고 현장 구조 작업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기성 언론을 향한 실종자 가족의 불신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었다. 김장겸 보도국장은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고 되묻는다. 그는 정부 발표대로 ‘지상 최대의 구조 작전’이 제대로 진행 중인지 검증하는 대신 피해 가족들을 비판하라는 보도 방향을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를 정쟁 이슈로 취급하며, ‘대학 특례입학을 유가족이 요구했다’는 등 사실관계까지 왜곡한 엠비시 보도는 문화방송 안팎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2015년 2월~2017년 2월 보도본부장 시절
대선개입 전 심리전단장 법정구속 보도 누락
2015년 5월1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전 심리전단장 이아무개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전 단장이 18대 대선 당시 사이버사령부 소속 121명과 공모해 1만2000여회에 걸쳐 인터넷 댓글을 달며 정치에 불법 관여했다는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당일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는 모두 메인 뉴스에서 이 소식을 전했지만, 뉴스데스크는 아예 다루지 않았다. 보도국 관계자는 노조에 “빠진 이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관련 기사: “주어 없는 MBC뉴스, 청와대발 뉴스는 유독 ‘무비판적’”)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의혹 왜곡 보도 논란
2015년 9월1일 뉴스데스크는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의혹 수사’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시민 1천여명이 박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다시 제기해 검찰에 고발했으며,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보도에는 의혹을 제기한 양아무개 박사 등의 주장만 담겼을 뿐, 박 시장 쪽 반론을 전혀 담지 않았다. 또 의혹을 제기한 양 박사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미 기소된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가, 다음날인 9월2일 서울시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자 이를 알리는 리포트에 뒤늦게 포함시켰다.
(▶관련 기사: MBC 박원순 보도, 승소했지만 문제인 이유 3가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축소 보도
2015년 11월14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노동개악 저지 등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 살수차가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백남기 농민은 2016년 9월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엠비시 뉴스데스크는 2015년 11월15일 ‘“과잉진압”…“과격시위”’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백남기 농민의 부상 소식을 마지막에서 두 번째 문장 한 줄로 다뤘다. 리포트 대부분은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그 뒤에도 폭력·불법 시위의 문제점을 다루는 리포트는 지속 보도한 반면, 11월16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의 기자간담회에서 백남기 농민 부상 경위에 대한 설명, 11월17일 경찰의 기자 대상 살수차 시연회는 보도하지 않았다. 뉴스데스크는 2016년 9월 백남기 농민 사망 소식도 14번째 26초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
(▶관련 기사: ‘백 씨가 다쳤고, 사망했다’ 이것이 공영방송 보도인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왜곡 보도 논란
지난해 국회 청문회로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문화방송은 주요 증거였던 태블릿피시(PC) 출처에 대한 의혹 보도만 10건 넘게 내놨다. 2월에는 고영태씨가 국정농단의 축이었다는 의혹을 담은 ‘고영태 녹취’ 보도를 10건 이상 보도했다. ‘애국시민들’은 서울 여의도 방문진과 상암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문화방송만이 진정한 애국방송”이라며 응원 집회를 열었다.
△2017년 2~11월 사장 시절
사장 취임 뒤 첫 인사에서 기자·피디 7명 비제작부서로 발령
올해 3월11일 김장겸 사장은 취임 뒤 첫 정기인사에서 기자·피디 7명을 또 다시 ‘유배지’로 불리는 비제작부서로 발령냈다. 임채유·이근행·한학수·허태정·이정식 피디 그리고 김수진·김민욱 기자가 모두 서울 구로에 위치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발령난 것이다. 7명 가운데 5명은 이미 한 차례 부당전보로 현업에서 배제됐는데, 이 인사로 아예 서울 상암 본사 사옥 밖으로 밀려났다.
(▶관련 기사: MBC, PD·기자 7명 비제작부서로 발령)
‘김세의 인터뷰 조작 의혹’ 제기 기자 등 7명 징계
올해 5월19일 문화방송은 김희웅 기자에게 출근정지 20일, 김만진 피디에게 감봉 1개월, 조의명 기자에게 주의를 통보했다. 김희웅 기자는 문화방송 기자협회장이던 2016년 11월에 제3노조 공동위원장인 김세의 기자가 제작한 보도에 사용된 인터뷰 녹취가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김만진 피디는 <엠비시 스페셜> 6월 항쟁 편을 준비하다가 간부들의 제작중단 지시에 반발해 인사위에 회부됐다. 조의명 기자는 <시사매거진 2580>에서 세월호 인양 지연과 관련한 비판 인터뷰를 삭제하라는 담당 국장의 지시에 반발했다. 문화방송은 같은 날 ‘대국민 반성문’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 이덕영·곽동건·전예지 기자의 징계를 원심 그대로 출근정지 10일, 근신 7일 등으로 확정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다룬 문화방송 다큐멘터리 불방을 비판한 송일준 피디도 감봉 1개월 징계가 확정됐다.
(▶관련 기사: MBC ‘인터뷰 녹취 의혹’ 제기 기자 등 무더기 징계)
제작거부 나선 기자·피디 무더기 대기발령…노조, 9월 총파업 돌입
지난 7월21일 <피디수첩> 피디들이 회사 쪽의 불합리한 보도 통제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작거부를 시작했다. 제작거부는 <시사매거진 2580> 등 시사제작국 내 다른 팀으로도 확대됐다. 문화방송은 8월4일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피디 5명(김현기 피디, 노경진·권혁용·박종욱·이지수 기자)에게 2개월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대기발령은 통상 중징계 전에 이뤄지는 조처다. 문화방송은 또 페이스북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생중계한 김민식 피디에게 출근정지 20일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문화방송 기자·피디·아나운서 제작거부는 350여명을 넘기며 점점 확대됐고, 결국 문화방송 노조는 9월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지난 8월24~29일 실시한 파업 찬반 투표는 투표율 95.68%, 찬성률 93.2%로 압도적 가결됐다. 이는 노조 설립 이후 최고치다.
(▶관련 기사: MBC, 93.2% 찬성으로 총파업 압도적 ‘가결’)
전국언론노동조합 엠비시(MBC)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6월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서 ‘김장겸 사장 고영주 이사장 퇴진행동 출정식’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용부, 김장겸 사장 등 6명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
지난 9월28일 고용노동부가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 등 문화방송 전현직 경영진 6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올해 6월 말부터 고용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이 문화방송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김 사장 등을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를 벌인 결과다.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며,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고용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 시절 간부들에게 언론노조 탈퇴를 종용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관련 기사: MBC 전·현 사장, ‘노조 탈퇴 종용’…거부자는 ‘보직 박탈’)
노조, 세월호·백남기·촛불 관련 부당·편파 ‘보도지침’ 폭로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보도본부장 시절 뉴스 영상취재·편집 과정에서 세월호·백남기·촛불과 관련한 부당·편파 ‘보도지침’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노조는 지난 10월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개하고 김 사장이 ‘편파 보도’의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영상편집부장은 보도국장 지시라면서 단원고 학생들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 사용을 금지했다. 해당 영상은 세월호 침몰과 구조 상황 분석을 위한 중요한 자료로서, MBC 내 영상자료 관리시스템에 영상이 다수 확보된 상태였음에도 뉴스에 보도되지 못했다. 오열하는 유가족 얼굴을 내보내지 못하도록 하는가 하면, 슬픈 음악을 넣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경우 영상편집부에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관련 기사:김장겸의 MBC “태극기집회 영상 빈공간 잘라라” 보도지침)
해임안 사유에 대한 거짓·왜곡 소명 논란
문화방송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다수 이사(이완기·김경환·유기철·이진순·최강욱)는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지난 1일 사무처에 제출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8일 임시 이사회에 해임안을 상정했다. 이날 김장겸 사장은 소명을 위해 출석하려고 방문진 사무실을 찾았다가, 노조원·취재진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고 주저주저하더니 3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대신 김 사장은 에이포(A4) 11쪽 분량의 소명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다. 김 사장은 소명서에서 “그동안 헌법과 방송법, 엠비시 방송 강령을 포함한 사규에 어긋남이 없도록 법과 절차에 따라 회사를 경영해왔다”면서, 자신의 해임 근거로 제기된 비판을 모두 부인했다. 김 사장은 또 “언론노조의 파업은 새 정권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부추김에서 시작됐다”면서, 자신의 해임안을 논의하는 방문진 이사회를 “정치적 탄압의 자리”라고 언급했다.
(▶관련 기사: 김장겸, “MBC 파업, 새 정권이 부추겼다” 주장) 문화방송 안팎에서는 “김 사장의 소명서에 거짓·왜곡이 다수 포함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조 총파업 특보:
‘거짓·왜곡·변명’…김장겸의 소명 ▶관련 기사:
“김장겸, 언론학자 476명의 명예 훼손 사과하라”,
여성민우회, 김장겸 해임소명서에 “명백한 왜곡”)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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