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YTN 저녁 뉴스 새 진행 변상욱 앵커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진 요즘 한 언론사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불의에 맞서 35년 7개월간 씨름할 수 있었던 그는 행운아다. 지난달 <시비에스>(CBS)에서 정년퇴임한 변상욱(60) 대기자 이야기다. 보도 전문채널 <와이티엔>(YTN)으로 무대를 바꿔 언론인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그를 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1983년 <시비에스>에 기자가 아닌 피디로 입사했다. 신군부의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진보성향 개신교계의 지지를 받던 ‘시비에스’는 보도 기능을 박탈당해 기자를 뽑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변 앵커는 “그때 판단으로 언론사는 정권에 의해 언제 소멸할지 모르는 위험한 직장이었다. 그래도 관제 언론보다는 신앙의 힘으로 버티자며 가난한 직장을 택했다”고 밝혔다. 밖에선 피디였지만 안에선 기자로 발탁된 그는 정권의 눈을 피해 기자 교육을 받는 이중생활을 87년 민주화 뒤 뉴스 부활 때까지 계속했다. 개신교 진보진영이 우리 사회 지성사를 이끄는 한 축이었던 만큼, 그는 재야 민주인사들을 따라다니며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을 사회 현안에 접목하거나 인권·도시빈민·환경오염 등 소외계층과 생명에 대한 주제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엄혹한 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언론 통제에 맞서는 결기를 보였다. 84년 생방송에서 ‘전두환에서 시작해서 이순자로 끝나는 땡전뉴스’라는 표현을 내보내거나 87년 ‘이한열 사망 사건’ 때 장송곡을 계속 틀어대 주변을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앞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땐 방송국 주조정실을 에워싼 동료들의 도움으로 <고문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특집 생방송을 강행했다. 이런 ‘사고’를 칠 때마다 그는 주부·어린이·가요 프로그램이나 성우실 등으로 ‘피신’ 보내졌다. 변 앵커는 “정권에서 꺼리는 주제를 다루다 걸리면 다른 부서로 내보내겠다고 회사 간부가 협상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시비에스’에서 노조위원장을 3차례 하며 보도국장·편성국장 직선제 등 공정방송 제도 확립에도 앞장섰다. 저널리즘의 책무, 공정방송 실현과 언론계의 연대 활동에 앞장선 공으로 민주언론상, 라디오 보도 부문 한국방송대상, 송건호 언론상 등 큰상도 줄줄이 받았다.
CBS 36년 만에 정년 환갑에 새둥지
15일부터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
“편안한 뉴스사용설명서로 선의경쟁” 1983년 피디로 입사해 기자로 ‘발탁’
‘박종철 고문사’ ‘이한열 추모곡’ 등
언론 통제 맞서 생방송 현장서 투쟁 그가 오는 15일부터 진행하는 와이티엔의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오후 7시30분~9시)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과 문화방송의 간판 뉴스프로그램 <뉴스데스크> 등과도 맞붙는다. 저녁 뉴스 시간 대에 지상파나 종편과의 정면 대립을 피했던 와이티엔으로선 이례적이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시사 문제를 심층 분석해 신뢰받는 방송인이란 이미지를 쌓아온 그를 영입해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기대에 그는 어떤 카드로 부응할까? 일단 편안한 뉴스를 강조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에 뉴스를 친절하게 분석, 설명하는 그의 장점을 내세운 것이다. 뉴스를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뉴스 사용설명서’가 프로그램의 콘셉트이다. 이를 위해 협업을 다양하게 모색할 참이다. 그는 “콘텐츠 소속사가 다르거나 지위가 달라도 저널리즘이라는 목표 속에서 ‘협업’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방송 기자들이나 피디도 자유롭게 등장시키는 선도적 구조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 남녀 앵커가 서로 마주 보며 뉴스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거나, 브리핑하는 기자에게 시청자의 정보 눈높이에 맞춰 따져 묻고 답하며 때로 논쟁까지 하는 적극적인 쌍방향 진행을 지향한다. 뉴스가 있는 저녁 팀은 피디·기자·작가·디자이너 등 모두 15명이다. 그는 팀원들에게 “디지털 시대에 정보 배포자만으론 곤란하다. 분석하고 성찰하는 저널리스트의 작업이 필요하다. 뉴스 육하원칙 가운데 ‘어떻게’ ‘왜’와 7번째로 ‘그래서 어쩌라고’에 초점을 맞춰보자”고 강조한다. 아직은 새 환경이 낯설기도 하다. 늘 함께 지낸 동료들이 아닌 곳에서, 게다가 <변상욱의 기자수첩> <변상욱의 이야기쇼> 등 자기 이름을 걸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간 라디오 현장과 달리 문법과 기술적 방식이 다른 티브이 카메라 앞에선 긴장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빠른 적응을 위해 약속도 거의 잡지 않고 아이디어에 골몰하는 중이다. 그는 이 시간대 치열한 뉴스 경쟁을 앞두고 우려반 기대반의 마음이다. “오후 7시30분 시작해 8시에 다른 방송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을 어떤 이슈로 붙잡아둘지가 가장 고민”이라며 한편으론 “방송사들이 선의의 경쟁으로 기사 완결성을 높이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대안 모색 등 방송 저널리즘이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은퇴 뒤 고대하던 ‘저녁이 있는 삶’은 당분간 ‘뉴스가 있는 저녁’에게 양보해야 할 처지다. 대신 그는 프로그램에서 그날의 분위기를 전하는 시 낭송을 제안했다. 시사뉴스 외에도 시·영화·공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양을 쌓아온 그의 취향과 내공이 담긴 제안이다. 프로그램 첫날 첫 번째 시는 이런 마음을 담아 이상국 시인의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로 정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을 맡은 변상욱 앵커가 4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5일부터 ‘뉴스가 있는 저녁’ 진행
“편안한 뉴스사용설명서로 선의경쟁” 1983년 피디로 입사해 기자로 ‘발탁’
‘박종철 고문사’ ‘이한열 추모곡’ 등
언론 통제 맞서 생방송 현장서 투쟁 그가 오는 15일부터 진행하는 와이티엔의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오후 7시30분~9시)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과 문화방송의 간판 뉴스프로그램 <뉴스데스크> 등과도 맞붙는다. 저녁 뉴스 시간 대에 지상파나 종편과의 정면 대립을 피했던 와이티엔으로선 이례적이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시사 문제를 심층 분석해 신뢰받는 방송인이란 이미지를 쌓아온 그를 영입해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기대에 그는 어떤 카드로 부응할까? 일단 편안한 뉴스를 강조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에 뉴스를 친절하게 분석, 설명하는 그의 장점을 내세운 것이다. 뉴스를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뉴스 사용설명서’가 프로그램의 콘셉트이다. 이를 위해 협업을 다양하게 모색할 참이다. 그는 “콘텐츠 소속사가 다르거나 지위가 달라도 저널리즘이라는 목표 속에서 ‘협업’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방송 기자들이나 피디도 자유롭게 등장시키는 선도적 구조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 남녀 앵커가 서로 마주 보며 뉴스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거나, 브리핑하는 기자에게 시청자의 정보 눈높이에 맞춰 따져 묻고 답하며 때로 논쟁까지 하는 적극적인 쌍방향 진행을 지향한다. 뉴스가 있는 저녁 팀은 피디·기자·작가·디자이너 등 모두 15명이다. 그는 팀원들에게 “디지털 시대에 정보 배포자만으론 곤란하다. 분석하고 성찰하는 저널리스트의 작업이 필요하다. 뉴스 육하원칙 가운데 ‘어떻게’ ‘왜’와 7번째로 ‘그래서 어쩌라고’에 초점을 맞춰보자”고 강조한다. 아직은 새 환경이 낯설기도 하다. 늘 함께 지낸 동료들이 아닌 곳에서, 게다가 <변상욱의 기자수첩> <변상욱의 이야기쇼> 등 자기 이름을 걸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간 라디오 현장과 달리 문법과 기술적 방식이 다른 티브이 카메라 앞에선 긴장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빠른 적응을 위해 약속도 거의 잡지 않고 아이디어에 골몰하는 중이다. 그는 이 시간대 치열한 뉴스 경쟁을 앞두고 우려반 기대반의 마음이다. “오후 7시30분 시작해 8시에 다른 방송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을 어떤 이슈로 붙잡아둘지가 가장 고민”이라며 한편으론 “방송사들이 선의의 경쟁으로 기사 완결성을 높이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대안 모색 등 방송 저널리즘이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은퇴 뒤 고대하던 ‘저녁이 있는 삶’은 당분간 ‘뉴스가 있는 저녁’에게 양보해야 할 처지다. 대신 그는 프로그램에서 그날의 분위기를 전하는 시 낭송을 제안했다. 시사뉴스 외에도 시·영화·공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양을 쌓아온 그의 취향과 내공이 담긴 제안이다. 프로그램 첫날 첫 번째 시는 이런 마음을 담아 이상국 시인의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로 정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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