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해 취재원을 인터뷰한 것처럼 조작, 허위방송을 내보낸 부산경남지역 민영방송 <케이엔엔>(KNN)에 대해 가장 높은 제재인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기레기’라는 지탄을 받으며 언론 신뢰가 추락하는 가운데 취재 윤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케이엔엔 티브이가 저녁 메인뉴스인 <케이엔엔 뉴스아이>를 통해 부산신항의 문제점을 지적한 총 4회의 보도와 겨울철 노년층의 피부건조증 관련 의학보도에 대해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전원 과징금으로 결정하고 안건 2개를 전체회의로 넘겼다.
케이엔엔의 김아무개 기자는 부산신항과 관련해 지난해 4차례의 보도를 했다. <임대료 싸게 해줬더니 야적장으로 전락>(11월23일), <한지붕 다섯 가족 신항, 사공만 많아>(11월28일), <부산항의 주인은 외국자본이 지배>(12월1일), <부산항 물량은 많은데>(12월2일) 등 4건을 연이어 보도하며 정부 관계자, 부산항 터미널 관계자를 인터뷰한 것처럼 자신의 음성을 변조했다. 또 지난 1월7일엔 <노년층 피부건조증 빠르게 확산>을 보도하면서도 환자와 인터뷰한 것처럼 조작했다. 방송사는 이 사실을 파악한 뒤 담당 기자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며 관련 기사들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이날 참여한 방송소위 4명은 모두 과징금으로 의견을 모았다. 소위는 “기자가 취재의 편의성을 위해 자신의 음성을 변조하여 관계자 인터뷰라고 보도한 것은 심각한 허위 방송을 한 것으로, 한국 방송보도 역사에 전례가 없는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전체회의로 넘어간 2건이 모두 과징금으로 확정 땐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에서 10점씩 20점이 감점된다. 방송평가는 방송 재허가 때 반영된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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