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대림동 르포, 혐오 차단 큰 역할… 확진자 성별 공개 신중해야

등록 2020-02-21 11:40수정 2020-02-21 11:43

제8기 열린편집위원회 네 번째 회의
이상 고온이 이어지다 다시 추위가 몰려온 2월 넷째 주, 8기 열린편집위원회의 네 번째 회의가 열린 18일에는 전날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열린편집위원들은 이번 달 회의 주제로 자연스레 지난 한 달 언론을 뒤덮은 이슈인 ‘코로나19’를 선택했다. 코로나19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퍼진 공포와 혐오에 대해 세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홍성수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김미경 위원(한겨레온 편집위원), 김제선 위원(희망제작소 소장), 박영흠 위원(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 강혜란 위원(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과 박용현 편집국장, 이재명 편집국 제3에디터, 임지선 참여소통데스크가 참석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제8기 열린편집위원회의 네 번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제8기 열린편집위원회의 네 번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홍성수 오늘 주제는 ‘코로나19와 언론―공포와 혐오를 중심으로’다. 코로나19 사태로 신문, 방송 뉴스 모두를 관련 뉴스가 지배하고 있다. 우선 <한겨레>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보도할 때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강혜란 우한에 살고 있는 현지인의 시각을 전한 한겨레 보도가 좋았다. 중국 우한 지역 활동가의 페이스북 일기, 우한 시민들이 아파트에서 함께 응원하는 영상,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우한을 떠나기 어려운 이들의 사연 등을 소개했다. 우한에 있는 이들이 성숙하게 행동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들을 향한 혐오의 시선이 팽배한 상황에서 현지인의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었다. 대체로 한겨레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잘 보도했고, 한겨레 웹사이트에 따로 경로를 두어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해줬다.

김제선 한겨레 보도를 보면 노력이 보인다.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고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혼란을 초래하는 다른 언론과 대비된다. 현 상황은 이른바 ‘비토크라시 언론’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 사회적 재난까지도 정치적 이념을 토대로 선택적 사실만을 확인해 확대재생산하는 언론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중국인 혐오가 일반화되는 시점에 한겨레가 대림동 르포 등을 통해 적절하게 혐오를 제지하고 공포와 불안 속에서도 견지할 태도를 정리해줘 좋았다. 다만 앞으로는 신종 감염이 일상이 될 수도 있으니 현재의 방역체계와 병원 시스템 등을 업그레이드하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꾸준히 보도했으면 한다.

우한 현지인 사연 소개 기사
중국 동포 많은 대림동 르포
적대적 혐오 여론 바꿔놓고
인류애와 연대감 잘 드러내

김미경 한겨레 누리집에서 ‘코로나’로 검색해보니 관련 기사가 지난 한 달간 760건, 하루 29건꼴이다. 한겨레가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나마 사실 기반 보도가 주를 이룬 초반에 비해 나중에는 분석 기사와 국민을 진정시키는 기사가 나와 좋았다.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식 명칭을 공지한 뒤 한겨레가 가장 발 빠르게 정정해 보도했다. 또 우한 사람들의 상황을 다룬 기사 등 다른 언론에서 느끼지 못했던 인류애를 한겨레가 느끼게 해줬다. 이런 기사들이 혐오 여론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인 입국을 가장 먼저 금한 미국, 마치 바이러스가 더 퍼지기를 바라는 듯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과 보수언론…. 우리 국민들은 더 성숙해졌고 품격 있어졌다. 국민의 품격과 정부가 잘 대처한 부분은 잘했다고 칭찬해주면 좋겠다.

강혜란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확진자 보도를 할 때 성별을 왜 쓰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성별을 구분해 보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이 되었는가다. 국적이나 나이 등이 어쩔 수 없이 공개해야 할 신상이라면 다른 정보들에는 어떤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 여전히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있더라.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공포를 부추긴다거나 무방비 상태라는 식의 보도가 나오는 게 아쉽다. 초기 보도의 경우 중국이라는 국가의 문제를 너무 앞세우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부분에 한겨레가 선도적으로 원칙을 세워나가길 바란다.

홍성수 ‘확진자 정보에 성별을 포함해야 하는가’란 질문은 의미 있다. 인터뷰를 할 때도 인터뷰 대상의 나이와 성별을 적는다. 그 정보가 왜 필요하냐고 질문하면 기자들은 ‘늘 적어왔다’는 식으로 답한다. 특정인의 신상을 어느 수준까지 보도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예전 이주노동자 풍등 사건을 보면 어느 언론사는 국적을 제목으로까지 강조해 보도했다. 내부적으로 ‘우리 집단이 관성에 빠진 것은 아닐까’ 고민을 계속해줬으면 한다. 취재할 때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대중에게 공개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제8기 열린편집위원회의 네 번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제8기 열린편집위원회의 네 번째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경호 기자

김제선 박원순 시장이 중앙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너무 늦게 알려줘 힘들다는 식의 비판을 했다가 추후에 이제 협력이 잘된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문제 해결 과정을 다뤄주었으면 좋았겠다. 재난과 신종 감염이 일어났을 때 중앙정부와 자치정부의 역할, 자치정부의 역할까지 막아가며 자기완결성을 중요시하는 관료제의 위험성 등을 점검했다면 좋았겠다.

박영흠 한겨레가 상대적으로 양질의 보도를 했지만 ‘단독’이 붙은 기사들이 좀 아쉬웠다. 자가격리 수칙을 어긴 확진자에 대한 기사는 확진자 비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자가격리 통지가 잘 안 됐다는 후속 기사는 좀더 취재해서 사건 기사가 아닌 시스템을 검증하는 보도 방식으로 갔어야 한다. 숙성되지 않은 상태로 보도된 이유는 단독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재난과 감염 등에 관해서는 언론이 ‘단독’ 표기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 단독 경쟁 때문에 섣불리 보도된 기사는 국민에게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혐오와 배제를 부추긴다. 또 한겨레가 언론으로서 ‘정보 전달’을 잘했는가도 점검해봐야 한다. 일반 국민이 이 감염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보가 충분했나 하는 부분에서는 아쉬웠다.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보는 한겨레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는 경우가 많았다.

김미경 메르스 당시 지적됐지만 여전히 질병관리본부 인력은 60%가 비정규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공병원 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점들도 나중에 짚어주길 바란다.

이재명 제3에디터 이번 보도에서 사전에 몇 가지 원칙을 뒀다.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는 지양한다. 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담기지 않도록 한다. 환자의 개인정보 공개가 인권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 그러면서도 정보를 최대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한다. 정부 방역의 허점이나 대응 방식의 문제점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등이다. 예컨대 확진자를 ‘3번 환자’가 아닌 ‘3번째 환자’로 표기하는 것도 이런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앞서 지적한 부분은 현장 기자들과 논의를 거쳐 적절한 시점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확진자 성별 관성적인 표기
재난보도엔 ‘단독’ 피했으면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 이슈
일관된 원칙으로 보도 장점

홍성수 ‘혐오’라는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안 좋은 모습은 해당 집단을 덩어리로 다뤄버린다는 점이다. 덩어리가 아닌 집단 안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그 문제가 왜 생겼는지를 짚어야 한다. 한겨레는 코로나19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나 대학 입학 문제에서도 원칙을 가지고 있어 우왕좌왕하지 않고 일관된 보도를 하고 있다. 이게 다른 언론과의 차별점이다.

김제선 트랜스젠더 입학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이 왜 절실히 필요한가를 알려줬다. 소수자 문제에 대한 이해가 낮다. 또 페미니즘에 이해가 낮은 이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힘들다. 어떤 논쟁이 오가고 있는지 제대로 보도했으면 좋겠다.

홍성수 트랜스젠더 문제는 페미니즘과 엮이면서 복잡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일련의 혐오 현상과 공통점이 있다. 혐오라는 것이 아무런 근거 없이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출발점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닌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분노의 표출이 엉뚱하게 흘러가면 문제가 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혐오 문제도 시작은 안전에 대한 요구에서 출발했다. 이번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논란도 여대로서의 정체성과 여성의 안전 문제로부터 야기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정당한 요구가 더 약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혐오하겠다는 것으로 나가면 문제가 된다. 복잡한 문제다. 근원이 무엇이든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언론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강혜란 혐오에 대응하는 페미니즘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이 주제는 이미 난민 문제 등 지난 몇 년 동안 뜨거웠던 주제다. 최근 논란의 바탕에는 여성의 안전을 공공의 문제로 다뤄오지 않은 것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드러나는 결과와 차이만 강조하고 비판하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를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좀더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문제를 당사자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사회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나름의 중요한 해법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말씀하신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박영흠 언론은 혐오와 배제의 언어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건강한 토론의 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트랜스젠더 어머니나 박한희 변호사 기사도 좋았는데 트랜스젠더가 스스로 말하는 칼럼이나 기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강혜란 메르스 때 쌓은 경험이 코로나19 보도에서 빛을 발하듯, 지금의 페미니즘을 다루는 데 전문 기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로 흘러가지 않도록 배경과 쟁점, 원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기자의 기사가 필요하다.

김제선 민주당의 칼럼 고발과 관련해 선거법이 유권자들의 자유로움을 억압한다는 내용으로 확장해서 다뤄주면 좋겠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의 투표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에 대한 한겨레의 기획·해설기사도 원한다.

박영흠 한겨레가 토요판에 연재 중인 ‘법정에 선 양승태 사법부’는 재판에 대한 상세한 기록으로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보도다. 기자가 판결 나오기 전에 많은 준비와 고민을 했기에 어려운 주제도 이해하기 쉽게 썼다.

강혜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삼성 개혁’이라고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겨레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 시점에서 삼성에게 어떤 개혁을 요구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홍성수 혐오를 조장하는 이슈들에 한겨레가 앞으로도 중심을 잡아나가길 바란다.

정리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녹취 천효진

열린편집위 선정 ‘이달의 좋은 기사’

혐오 잡은 대림동 르포, 성실한 사법농단 보도 고마워

이달의 좋은 기사 선정 작업은 어려웠다. 코로나19 초반 보도에서 일찌감치 다른 언론과 차별화된 대림동 르포를 써낸 배지현 기자와 토요판에 ‘법정에 선 양승태 사법부’ 연재를 통해 사법농단 재판을 꾸준히, 전문성 있게 써내고 있는 고한솔 기자에게 표가 몰렸다. 그 밖에도 위원들은 60대 이야기를 담은 토요판 커버 스토리부터 영상부문의 ‘폰터뷰’까지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기사를 추천했다. 투표 결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배지현 기자는 “코로나19와 함께 중국동포 혐오 정서가 확산되는 걸 보면서 이들이 겪을 차별을 생각했다”며 “작은 아이디어를 현장 아이템으로 발전시켜준 팀장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 [르포] “신종 코로나가 우리 탓인가?” 혐오에 숨죽이는 대림동

“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일반화되는 시점에서 한겨레가 대림동 르포를 통해 바람직한 언론의 보도 방향을 제시했다.”

2. 불법행위라도 직권이 없으면 남용은 아니다?

“검찰 받아쓰기 보도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이렇게 재판을 성실히 분석한 기사는 잘 안 읽힌다. 인기 끄는 불량식품 만들고 싶은 유혹을 견디며 이렇게 질 좋은 유기농 제품을 계속 생산해달라.”

3. 여행, 덕질, 소개팅…예순, 부엌에서 나와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우리 일상을 담은 즐거운 기사, 눈에 번쩍 띄는 기사!”

4. ‘텔레그램 n번방’ 모방범들 검거…구매자 포함 66명 붙잡아

“주목받지 못하는 이슈를 한겨레가 끈질기게 파내서 변화로 이끌어낸 또 하나의 사례!”

5. [폰터뷰] 스스로 목숨 끊는 경찰들…‘아프다’ 말하지 못했다

“기사와 영상 내용이 잊히지 않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최상목, 12·3 국무회의에 “국무회의 아냐…대기하다 끝” 1.

[단독] 최상목, 12·3 국무회의에 “국무회의 아냐…대기하다 끝”

[단독] “윤석열, 계엄 직전 ‘와이프도 몰라…화낼 것’ 언급” 2.

[단독] “윤석열, 계엄 직전 ‘와이프도 몰라…화낼 것’ 언급”

[단독] 이상민 “국무위원 전원 계엄 반대했다”…윤석열 버리나? 3.

[단독] 이상민 “국무위원 전원 계엄 반대했다”…윤석열 버리나?

검찰총장 출신 ‘법꾸라지’ 윤석열 4.

검찰총장 출신 ‘법꾸라지’ 윤석열

큰돈 안 드는 걷기도 고소득층이 열심…더 커진 ‘운동 빈부격차’ 5.

큰돈 안 드는 걷기도 고소득층이 열심…더 커진 ‘운동 빈부격차’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