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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개표방송 ‘복고’ ‘차분’ ‘재미’로 차별화…시청률은 KBS가 1위

등록 2020-04-16 15:33수정 2020-04-17 02:44

각자의 무기로 긴밤 하얗게 세운 개표방송
방송 시청률은 <한국방송1>이 가장 앞서
유튜브 동시접속자수는 티비에스가 압도

MBC 광선검·쌍쌍바 등 아재감성 입혀
SBS ‘램프의 요정’ 등 압도적 그래픽 선봬
KBS 유시민·박형준 앞세워 치밀한 분석
TBS 김어준이 이끌면서 웃음 보따리 선사
세월호 6주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은 &lt;문화방송&gt; 개표방송 오프닝. &lt;문화방송&gt; 갈무리
세월호 6주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은 <문화방송> 개표방송 오프닝. <문화방송> 갈무리

‘진중한 분석’ vs ‘아재 감성’ vs ‘화려한 그래픽’ ….

15일 치러진 21대 총선 개표방송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각 방송사가 오랫동안 벼린 무기를 맘껏 펼쳐놓는 개표방송은 후보들 못지 않게 시청자들에게 ‘선택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시청률로 보면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한 <한국방송1>(KBS1)이 1위지만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듯 유튜브 동시접속에선 <티비에스>(TBS)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6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한 선거일 오후 6~7시 시청률은 <한국방송>이 11.7%로 <문화방송>(MBC)(4.9%), <에스비에스>(SBS) 3.8% 등을 앞질렀다. 서울수도권 700가구를 대상으로 오후 6~10시까지 실시간 시청률을 조사한 에이티에이엠(ATAM)에선 <한국방송> 9.2%, <에스비에스> 7.4%, <문화방송> 5.5% 순으로 나타났다.

유시민·박형준 등을 패널로 시사토크쇼 진행한 &lt;한국방송&gt; 개표방송. &lt;한국방송&gt; 제공
유시민·박형준 등을 패널로 시사토크쇼 진행한 <한국방송> 개표방송. <한국방송> 제공

한국방송은 6개월 전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패널로 내세운 시사 토크쇼 ‘정치합시다’를 통해 선거방송을 준비해왔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 예측, 시민 인터뷰를 바탕으로 유권자 표심을 읽어내고 민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차분하게 분석했다. 또 이번에 처음 실시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갖는 문제점을 짚고 21대 국회 정국을 차분하게 전망해 공영방송으로 제 몫을 했다는 긍정 평가를 받았다. ‘케이(K) 터치’라는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총선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한 동별 표심 분석이나 경합지역의 유권자들 감성의 흐름을 짚는 시도도 호평을 받았다.

<문화방송> 개표방송의 특징은 ‘복고’로 요약된다. 종이배를 탄 아이가 바다를 항해하는 장면 등이 담긴 세월호 6주기 추모 영상으로 시작해 ‘뉴트로’ 열풍을 반영한 컴퓨터그래픽(CG)과 노래 등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방송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아재스러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스타워즈 광선검 등 복고감성을 동원한 &lt;문화방송&gt; 개표방송. &lt;문화방송&gt; 갈무리
스타워즈 광선검 등 복고감성을 동원한 <문화방송> 개표방송. <문화방송> 갈무리

복고풍의 화면 구성은 지역구별 득표율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1970~80년대 교련복이나, 1977년 첫선을 보인 영화 <스타워즈>의 광선검 등을 후보자에 합성해 옛 감수성을 자극한 것이 대표적이다. 추억의 ‘쌍쌍바’도 등장했다. 문화방송은 이런 다양한 시도를 비롯해 국회 지붕을 본떠 만든 지름 25m, 높이 12.5m의 투명 에어돔을 비롯해 에이아이(AI)선거캐스터까지 마련해 개표방송에 ‘올인’했지만, ‘여혐 논란’으로 빛이 바랬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득표 상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라는 음성 설명이 나와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 말은 2015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 2명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가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었던 표현이다. 이 음성 설명을 두고 에스엔에스(SNS)와 문화방송 누리집에 ‘선거를 여성끼리의 감정싸움으로 묘사한 여성 혐오성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성장경 앵커는 방송 중에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후보들 사진에 다양한 컨셉의 컴퓨터그래픽을 입힌 &lt;에스비에스&gt; 개표방송. &lt;에스비에스&gt; 갈무리
후보들 사진에 다양한 컨셉의 컴퓨터그래픽을 입힌 <에스비에스> 개표방송. <에스비에스> 갈무리

<에스비에스>는 컴퓨터그래픽(CG) 등을 활용한 다양한 볼거리와 입체적 표현으로 재미를 이끌었다. 유력 후보자가 춤을 추는 위트와 풍자가 담긴 ‘램프 요정의 선택’ 등의 그래픽으로 지루한 개표방송에 생동감을 더했다. 당선 예측분석 시스템 ‘유·확·당’(유력/확실/당선)은 통계전문가들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한 당선 확률을 계산해 개표 초반 득표율이 출구조사 결과와 다를 때 의미있는 추이를 보여줬다. ‘터치 분석실’은 궁금한 지역을 누르면 바로바로 1·2위 예측과 박빙 승부를 알려주는 등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했다.

유튜브에선 김어준을 앞세운 티비에스가 웃었다. 다른 방송사와 달리 15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만 진행된 ‘김어준의 개표공장’은 방송시간 동안 동시접속자수 기준으로 지상파와 종편을 크게 앞섰다. 이날 저녁 8시40분 기준, 지상파와 종편의 개표방송 유튜브 동시접속자는 1만~6만명대였지만, 티비에스는 12만여명에 달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겸손한 비(B)급 아날로그 방송’이라는 구호대로, 화려한 시지 대신 1970~80년대 행정기관이나 군대에서 주로 사용된 ‘괘도’(걸그림)를 걸어놓고 인쇄된 후보자의 사진 위에 득표율을 손으로 직접 써넣는 방식으로 중계해 누리꾼에게 웃음을 안겼다. 김씨는 “개표방송을 30년 전으로 후퇴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올드한’ 개표방송을 연출했지만, 그때 그 시절의 진지함 대신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한 방송을 이어갔다.

김어준·주진우를 앞세운 &lt;티비에스&gt; 개표방송. 티비에스 유튜브 방송 갈무리
김어준·주진우를 앞세운 <티비에스> 개표방송. 티비에스 유튜브 방송 갈무리

다만, 주진우 기자와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한준희·박문성 축구해설위원,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 10명이 넘는 패널이 출연한 탓에 목소리가 섞이고 산만한 분위기가 중간중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출연진 사이에서도 “개표 이야기 좀 합시다”(김어준) “대부분 무의미한 말들이다”(한준희)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방송이 된다”(주진우) 등의 말들이 오가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몇 명이 말하는 거야” “아우 정신없어” “회식 같아요” “웃긴 개표방송” “축제 같아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지상파 3사는 이번 공동 출구조사에 대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1당 예측이 성공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의석수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한국방송은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를 포함한 의석을 총 155~178석, 문화방송은 153~170석, 에스비에스는 153~177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는 180석에 달했다.

김대영 한국방송 선거기획단장은 “총선 출구조사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많다. 특히 이번엔 코로나로 응답 거절자도 많고 사전투표율도 높아 어려운 점이 많았다. 출구조사 무용론도 있으나 공적 서비스와 알권리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김경욱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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