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보도 등 독자 비판
창간 32돌·1만호 맞아 성찰
창간 32돌·1만호 맞아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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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사·재판 보도세칙도 재정비 이른바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한겨레가 앵무새처럼 검찰 주장만 받아쓴다”는 독자의 비판과 함께 “조국 일가의 불공정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질타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내보낸 ‘윤석열 검찰총장도 접대했다는 건설업자 윤중천의 발언을 검찰이 조사 않고 덮었다’는 기사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많은 독자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한겨레는 2007년 준칙 제정을 알리는 기사에서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면 길이 보인다”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한겨레가 이번에 준칙과 세칙을 개정한 것도 기본으로 돌아가 신뢰의 위기를 앞장서 헤쳐 나가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저널리즘책무실’을 두어 외부의 비판을 경청하고, 기자들이 준칙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한겨레는 이번에 개정된 준칙과 세칙을 일상의 취재보도에서 성실히 실천해, 신뢰받는 언론사로 거듭나겠습니다.
‘2020 취재보도준칙’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거친 취재 형태, 자의적인 기사판단과 편집, 균형을 잃은 논조, 편집권에 대한 안팎의 간섭과 압력, 독자의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독선, 공익과 사익의 혼동 등이 만연하고 있으며, 그것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언론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겨레신문사가 13년 전 취재보도 준칙을 처음 제정하며 전문에서 밝힌 한국 언론의 현실 진단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언론에 대한 독자의 불신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한겨레 역시 이런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 몇년간 한겨레 보도에 대한 독자의 불만과 비판이 늘었고, 평판과 신뢰가 흔들리곤 했습니다.
한겨레는 정확한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게 위기 극복의 길이라 판단하고 ‘한겨레미디어 취재보도준칙’(이하 준칙)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자와 논설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취재보도 윤리 및 기준 점검을 위한 티에프’(팀장 박찬수 선임논설위원)를 구성해 조사하고 토론했습니다.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 이승선 충남대 교수, 오현경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 등 언론학자들도 함께했습니다. 검찰 수사 및 재판 관련 기사의 편파성에 대한 독자와 시민들의 불만 역시 크다고 보고 2010년 제정된 ‘범죄수사 및 재판 취재보도 시행세칙’(이하 ‘세칙’)도 이번에 함께 개정했습니다.
새 준칙과 세칙은 과거 규범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그 내용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보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준칙은 분량이 약 2.5배 늘어났습니다.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조작 정보가 공론장을 혼탁하게 하는 현실을 반영해 디지털 환경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할 규범들을 보강했습니다다. 2장 ‘진실 추구’의 ‘디지털 정보 검증’, 3장 ‘공정과 균형’의 ‘디지털 여론 정보의 편향 지양’ 등이 2007년 준칙과 달라진 부분입니다.
서술 체계도 정비해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에서 시작해 취재보도의 원칙과 태도를 지나 취재보도의 구체적 기준으로 읽어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2장 ‘진실 추구’에서는 사실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체로서의 진실을 추구해야 하며, 이 방법으로 철저한 사실확인 및 명확한 근거에 의한 정확한 보도를 제시했습니다. 3장 ‘공정과 균형’은 다양한 관점과 반론, 오보 대응에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지침을 상술했습니다. 4장 ‘정직과 투명’에는 취재와 보도 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고 정직하게 공개함으로써 독자와 소통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세칙’ 개정에서는 특히 재판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범죄의 증거, 피고인과 수사기관의 견해 등은 법정에서 공개되고 상호 검증되기 때문에 수사 때보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가 규명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판 과정과 결과를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한다”는 항목이 그 것입니다.
이번 ‘준칙’과 ‘세칙’ 개정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실천을 담보할 ‘저널리즘책무실’ 설치를 규정한 것입니다. 이는 종전의 준칙이 편집국 액자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널리즘책무실은 공정성, 투명성, 심층성, 종합성 등 저널리즘 원칙과 취재보도 준칙을 잣대 삼아 한겨레 콘텐츠의 품질 평가와 개선을 이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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