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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현혹 ‘쇼닥터’ 폐해 커지는데…징계는 솜방망이

등록 2020-10-21 04:59수정 2021-01-12 14:00

검증되지 않은 시술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 과장·허위광고

2014년 이후 200건 심의제재
한의사·정형외과·비뇨기과 순
방심위 제재 ‘권고’‘주의’ 수준
프로그램만 징계해 출연 이어져

코로나 이후 공영방송까지 성행
“심의 전문성 강화 등 제도 개선을”

방송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며 과장·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료인을 ‘쇼닥터’라고 일컫는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 뒤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이들 방송사와 돈벌이를 겨냥한 의사들의 짬짜미로 쏟아졌던 쇼닥터 출연 프로그램들이, 코로나19 여파에 건강 염려증이 커진 시청자를 현혹하며 공영방송까지 퍼지고 있다. 경영 위기에 협찬 등으로 제작비 조달에 나선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이 제재를 당해도 쇼닥터들은 다른 방송에 다시 등장해 왜곡된 의학 정보를 퍼뜨려 사회적 폐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 시청자 현혹·기망 방송에서 의료광고는 금지사항이다. 방송법과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심의규정 42조(의료행위)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한 내용, 효능·효과를 과장하거나 단정적인 표현, 위험성·부작용 등의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거나 축소하는 내용의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가 추천하는 건강기능식품 등은 몸에 좋을 것이라고 시청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랙푸드가 좋다고 발언하면 시중에 검정콩이 잘 팔리기도 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심위에서 받은 국감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의료인이 출연한 방송에서 프로그램이 심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200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상파방송 22건, 라디오 19건, 종편보도 16건, 전문편성채널 123건, 홈쇼핑 20건 등이다. 제재받은 프로그램 외에도 민원이나 모니터링의 그물망을 피한 쇼닥터들은 여전히 방송 출연을 곳곳에서 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의사 ㄱ씨는 올해 3월 한 홈쇼핑 채널에서 크릴 오일을 팔며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처럼 홍보해 방송사가 방심위로부터 ‘권고’ 조처를 받았다. 이 크릴 오일은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오인·혼동 부당광고로 적발됐다. 가정의학과 의사 ㄴ씨는 홈쇼핑에서 유산균을 추천해 프로그램이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았지만 지금도 방송과 홈쇼핑에 계속 출연 중이다. 물파스로 중풍 예방을 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한의사 ㄷ씨는 홈쇼핑에서 한약을 팔다 방심위에서 법정 제재를 두 차례 받았지만 지금도 방송에 나오고 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심위 심의 의결 내용을 토대로 진료 과목별로 분석한 결과, 쇼닥터는 한의사가 가장 많고, 정형외과에 이어 비뇨기과·가정의학과 의사 순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지난 7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쇼닥터들이 계속 출연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방심위 제재가 프로그램 대상으로 이뤄진다. 방심위 징계 결과는 보건복지부에 공유 의무가 없어 의료인 행정처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쇼닥터’ 출연을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방심위 등 관계부처가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공동 대처 티에프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5년 전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나 크게 개선되지 않았던 걸 보면 실효성은 미지수다.

■ 법·제도 개선을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 <아침마당>(3월23일)에서도 정형외과 전문의가 나와 ‘근골격 질환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이라는 특정 의료기술을 자료화면으로 소개하며 만족도 높은 치료법이라고 홍보하는 내용이 전파를 타 논란이 되었다. 이 치료술은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한적 의료기술’임에도 방송에서 이를 누락해 근골격계 질환에 통상 적용하는 의료술로 시청자들이 오인할 가능성이 컸다. 지난달 방심위 방송소위는 행정지도인 ‘권고’ 조처를 내렸다. 김상희 의원은 지난 15일 한국방송 국감에서 “일반 의료기술을 홍보하는 행위도 불법인데 근거 없는 의료기술을 한국방송 대표 교양프로그램에서 홍보한 것은 큰 문제”라며 “한국방송의 의료인 출연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솜방망이에 그친 제재 수위도 문제 삼았다. 의사가 의료 정보를 제공하며 방송 화면 아래쪽에 자막으로 병원 전화번호를 알린 방송도 법정 제재인 ‘주의’ 처분을 내린 것과 견줘 낮은 수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방심위의 성호선 방송심의국장은 “방송의 전체 맥락은 의료봉사 오지 체험이라는 점을 고려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의사는 2년 전에도 ‘아침마당’ 목요특강에서 ‘요즘 뜨는 줄기세포 치료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특정 의료기술을 계속 홍보해온 셈이다.

공영방송조차 왜곡된 의학 정보가 걸러지지 않는 것에 대해 미디어 전문가들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쇼닥터들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다각도로 법·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심의기구인 방심위의 의료 부문 전문성을 높이며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현재 방심위 자문기구로 방송특별위원회가 있지만 식약처 등 의료 전문가는 포함돼 있지 않다. 김경환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는 “일부 의료진은 방송을 통해 의료기술을 소개하는 것이 피피엘이나 간접광고보다 광고 효과가 크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방송 상업화에 불을 지르고 있다. 이른바 ‘광고형 기사’다. 그런데 이를 견제할 방심위의 의료 분야 전문지식이 미흡하다. 위원이나 사무처에 관련 전문가가 없다. 여기에 더해 의료계가 세니까 자칫 소송으로 불거질까 우려하며 강경 대응을 못 하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방송사가 문제 있는 의료인을 섭외하지 않도록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의료 관련은 파장이 큰 만큼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 광고와 정보, 뉴스 구분이 어려운 환경에서 방송사가 애초부터 객관성·공정성 등 검증 시스템을 철저하게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모니터링으로 자율 규제를 이끄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방송통신위원회·방심위 등과 협의해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쇼닥터 관련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의사협회 등에서 자율적 규제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론보도문] ‘시청자 현혹 쇼닥터 폐해 커지는데…징계는 솜방망이’ 관련

<한겨레>가 2020년 10월21일자 미디어면 <시청자 현혹 ‘쇼닥터’ 폐해 커지는데…징계는 솜방망이>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정형외과 전문의 측에서 “한국방송(KBS) <아침마당> 출연은 특정 의료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유명 산악인과 연계한 국내외 의료봉사 활동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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